가루지기 <390>부지런히 찧어야 안 쬐겨나제
가루지기 <390>부지런히 찧어야 안 쬐겨나제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18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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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40>
 

 

   
 

강쇠 놈이 중얼거리며 거시기 놈을 확에서 빼내었다. 놈이 불만이라는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다가 다소곳해졌다. 

주모가 한숨을 휴 내쉬고는 옆으로 돌아누웠다.

'설마 나헌테 술값이며 밥값이며 잠값을 내라는 소리는 않겄제?

허면 몸으로 때운다고 헐 것인깨. 참말로 그러면 다시는 입도 벙긋 못허그로 아예 박살얼 내뿌릴 것인깨.'

바지며 저고리를 주워 입은 강쇠 놈이 천장을 향해 반드시 누우며 손을 가슴에 얹었다. 먼 곳에서 닭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강쇠 놈의 눈거풀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이번에야 말로 꿈도 없는 길고 긴 잠이 놈의 온 삭신을 동여맸다. 죽은 듯이 깊이 든 잠이었다.

얼마를 잠들어 있었을까. 얼마나 긴 잠이었을까? 사립 밖에서 누군가 찾는 기척에 강쇠 놈의 눈이 번쩍 떠졌다.

주모는 아직도 세상 모르고 잠 들어 있었다.

"이보씨요, 아짐씨. 손님이 왔는갑소."

주모의 어깨를 잡고 처음에는 가만가만, 나중에는 세차게 흔들었다. 그래도 주모는 꿈쩍을 못했다. 바람소리였을까. 사립 밖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보시요, 아짐씨. 그만 일어나보시요."

다시 한번 흔들었으나, 주모가 끙 소리를 내며 옆으로 돌아 누웠다.

'허기사 고되기도 헐 것이구만. 살방애럴 몇 번이나 찐겨?'

강쇠 놈이 곰곰이 따질 때였다. 거시기 놈이 고개를 쳐들고 깝죽거렸다. 살방아를 열 번을 찧었으면 멋하냐는 투였다. 막상 제 놈은 구름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항변하는 것같았다.

'흐긴, 그려. 꼭 니눔얼 위해서가 아니라 나럴 위해서라도 한 번언 더 품얼 팔아겄다.'

그렇게 작정한 강쇠 놈이 바지를 절반만 끌어내리고는 주모의 몸 위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퍼질러 자고 있는 주모의 살집 속에 거시기 놈을 들여 보냈다. 아직도 잠에 취한 주모는 음냐음냐,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흐흐, 내 평생에 잠 든 계집허고 아랫녁얼 맞추기는 또 첨이구만이.'

강쇠 놈이 중얼거릴 때였다.

"시방 멋허는 짓이다요?"

주모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살방애 찧고 있소."

"누가 그걸 몰라서 묻는다요? 그만 헙시다. 그만 헙시다, 천금얼 준대도 싫고 만금얼 준대도 싫은깨, 제발 적선에 그만허십시다."

"그런 말씸 마시씨요. 아짐씨가 이놈얼 믹여 살려준다고 허는디, 내가 헐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살방애 찧는 일 빽이 없는디, 이것이라

도 부지런히 찧어야 안 쬐겨나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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