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맹자 어머니
21세기 맹자 어머니
  • 고건
  • 승인 2012.11.15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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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어머니는 교육을 위해 세번 이사했다. 묘지 근처에서는 아들이 무덤 파는 흉내만 내서 이사했고, 시장 부근에서는 장사하는 흉내만 내서 드디어 글방 옆으로 이사했다 그랬더니 맹자가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는 고사이다. 그런데 21세기 신세대들은 묘지나 시장이 주변에 있어도 그보다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자라난다. 그러므로 21세기 맹모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녀들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어야만 맹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비싼 동네 아파트로 가든지 외국 유학을 보내야 맹모가 ㄷㅚㅆ었으므로 맹모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World is Flat”란 책이 지적하는 것과 같이 “세상이 공평해졌다”. 이제는 어느 곳에 살든지 인터넷만 있으면 평등한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만 있으면 돈 없이도 자녀에게 훌륭한 교육을 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당신 자녀가 초중고등학생이라면 지금 당장 인터넷에서 Khan Academy로 들어가보라. Khan Academy에는 3500여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 수는 계속 증가 중에 있다). 이 동영상들은 열역학법칙, 삼각함수, 만유인력 등 다양한 주제들을 가르치는 10분 ?20분 안팎의 강의들이다. 이제 학생들은 세계최고의 강의를 학교가 아니라 집에서 동영상으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생님에게는 반복해서 다시 설명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지만 인터넷 동영상으로 강의 들으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몇 번이고 Rewind 해서 들을 수 있다. 또 동영상 강의는 듣다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지면 얼마든지 멈추고 다시 재개할 수도 있다. 또 학교에서는 강의를 듣는 중에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인터넷으로 강의 들을 때에는 얼마든지 다른 학생들과 SNS등을 통해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강의들을 수 있다. 그러면 동영상 강의가 나오면 학교는 필요없게 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엔 학교에서는 강의만 듣고 집에서는 (혼자) 숙제/프로젝트를 했는데, 이 두가지 일이 서로 바뀌고 있다(“flipping classroom”). 즉 이제 강의는 집에서 듣고 오고,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우들과 얼굴을 맞대고 숙제와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개별지도, 그룹 스터디, 창의적 교육으로 바뀌는 것이 선진국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다.

Khan Academy는 동영상 강의뿐 아니라 시험까지 내주고 채점까지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가 전국 몇등인지 늘 알수 있다. Khan Academy는 학생마다 어떤 진로가 적합한지도 알려준다. Khan Academy는 시험문제를 틀리게 풀면 제대로 풀때까지 비슷한 문제를 계속 내준다. 그래도 풀지 못하면 보다 보다 기초적인 문제로 되돌아가서 연습시키고 풀도록 힌트를 준다. 또 학생이 선수과목을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면 그 선수과목을 듣고 오도록 유도한다. 일반 학교에서는 학생 다수가 이해하면 (나머지 학생들은 미처 따라오지 못했더라도 포기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만 Khan Academy는 모든 학생들이 그 주제를 철저히 다 이해하기까지 확인하면서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Khan Academy는 각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선생님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예를들면 삼각함수를 쉽게 완전히 이해한 학생이면 그부분은 초록색으로, 계속 틀리면 붉은 색으로 표시해준다. 이러한 학업성취도 상황은 선생님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그러면 선생님은 이해 제대로 안된 취약을 집중해서 보강지도해주면 된다. 과거 선생님들은 강의/채점/행정에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겨서 정작 학생을 지도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는 선생님들이 강의/채점/행정에서 해방되어 학생들을 지도할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인터넷에는 Khan Academy 같은 초중고 교육만 올라와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들어 아이폰의 iTune U 같은 곳에 들어가보라. 그곳에는 이미 1,000개 대학의 50만개 강의들이 올라와 있음을 알 수 있다. uTube에도 수많은 강의들이 올라와 있다. 필자는 이곳에서 예일, MIT, 버클리, 옥스포드 같은 명문대학의 역사, 과학, 예술, 공학 등 최신 강의를 듣는 것이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이 강의들은 대부분 무료로 다운받는다. 모두 그 대학에서 최근 행해진 강의들이다. 또 올해 시작된 coursera라는 싸이트는 등록금을 내면 시험을 보게 하고 학점과 학위를 준다. coursera는 기업체로부터 요청이 오면 학점과 학위증을 회사로 발송해준다. 발족한지 4개월밖에 안ㄷㅚㅆ는데 이미 196개국 백만명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워낙 아이비 리그의 유명 대학들이 강의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 차라리 웬만한 대학보다는 coursera의 학점을 IBM이나 구글같은 대기업들이 더 인정해주고 있다고 한다. 참여 학생의 수나. 참여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수, 투자액 규모, 다루는 주제의 다양성이나 모든 측면에서 coursera의 성장속도는 과거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성장을 능가하는 기록을 갱신해나가고 있어 언론으로부터 차세대 교육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당신이 진정한 21세기 맹모라면 당신 자녀에게 올바른 인터넷 사용방법과 올바른 공부의 길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과거엔 돈 있는 부모만 훌륭한 교육을 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올바른 정보와 판단력만 있다면 어느 곳에 살든, 어떤 경제력이든 관계없이 자녀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즉 균등한 교육기회의 시대가 (“World is Flat”) 우리 주변에서도 현실로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건 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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