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을 가다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을 가다
  • 권동원기자
  • 승인 2012.11.15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데미샘 계곡.

시인 고은은 ‘뼈저리게 서럽거든 저문 섬진강을 보라('섬진강' 중에서)’고 했다.

김용택 시인은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 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가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섬진강 5' 중에서)’고 했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 초겨울로 접어든 11월. 진안군 백운면 선각산 자락에 위치한 데미샘에서 발원해 남해까지 225km를 남하하는 섬진강변 주변도 막바지 가을빛 향연이 한창이다.

기차마을과 가정역을 오가는 증기기관차를 타거나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면서 섬진강의 늦가을, 초겨울 정취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섬진강을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데미샘 여행을 빼놓아선 안된다.

▲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

우리나라 5대강(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중 하나인 섬진강은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1,151m)의 북쪽 1,080m 지점 서쪽 데미샘에서 발원해 임실 운함호, 구례, 하동 화개장터를 거쳐 광양만 바다로 흘러들기까지 225km를 남하한다.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은 섬진강이 시작되는 발원지이다.

섬진강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데미샘으로 가려면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마을 위쪽에서 만나는 팔선정이란 정자에서부터 다리품을 팔아 한다.

이 곳에서 데미샘까지 1.19km의 오솔길을 5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데미샘으로 가는 길은 산골 소녀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고요한 숲의 적막을 깨듯 들려오는 산새소리가 아름다운 이 길은 숱한 세월 동안 호남의 많은 생명들을 키워온 샘물로 안내한다.

한여름에 찾으면 파릇파릇 신록이 활기를 주는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맞으며 산림욕을 즐기기에 알맞다.

요즘같은 가을철에는 인공식재가 없는 원시자연림 활엽수림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단풍이 산행길을 멈추게 한다.

숲 사이로 들려오는 세찬 물소리와 숲 그늘 아래 미끄러지듯 흘러 내려가는 계곡물, 발을 잠깐 담가보는 것조차 미안할 만큼 맑고 투명한 곳이다.

데미샘은 숨이 찰 때쯤 모습을 슬쩍 드러낸다. 직경이 두 뼘이 채 안될 정도로 작은 깊은 산속 옹달샘이다.

맑고 투명한 데미샘물은 미묘하진 않지만, 시원한 청량감을 주기엔 충분하다.

데미샘으로 이어지는 이 오솔길은 산골 소녀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맑은 계류가 졸졸졸 소리 내며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는 오솔길, 늦가을엔 오색 단풍과 휘날리는 낙엽이 천상데미봉 전체를 뒤덮는다.

천상데미 주변에서 발원한 계류는 너덜 아래를 흘러 데미샘에서 모이며 단풍나무와 산죽으로 둘러싸인 샘 주변은 널찍한 너덜지대이다.

데미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쉬면서 늦가을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다.

'데미'는 이 지역 말로 봉우리를 뜻하는 '더미'에서 왔고 데미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샘 동쪽에 솟은 작은 봉우리를 동네 주민들은 천상데미(1,080m)라 부른다.천상데미는 섬진강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길목으로 데미샘은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 곧 천상샘이 되는 것이다.

데미샘을 품고있는 해발 1,142m 선각산은 81과 195속 301종의 다양한 식물상이 보존되어 있으며, 산 정상부에 철쭉 군락지와 고산습지부에 층층나무군락, 천상데미에서 오계치에 이르는 신갈나무 군락지 등의 숲이 보존되어 있다.

▲ 데미샘 휴양림 산막 전경.
▲ 데미샘 자연휴양림 올 9월부터 손님맞이

이곳 데미샘 아래 해발 700m의 울창한 활엽수림대에 지난 9월부터 휴양시설이 들어섰다.

전라북도가 숲속 약 200ha에 숲속의집(산막) 10동과 산림문화휴양관, 숲문화마당, 물놀이장, 정자, 산책로 등을 갖춰 데미샘자연휴양림을 조성한 것.

많은 손님이 찾고 있는 이곳 휴양림은 숲치유를 위한 장기체류 휴양지이다. 숲속의집은 9~25평형으로 하루 이용료가 성수기 7만~16만원이고, 비수기엔 30% 깎아준다.

휴양관도 50여명이 모일 수 있는 세미나룸과 5~7평의 숙소 10실을 갖춰 단체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다.

휴양시설에서 데미샘까지 약 1.2㎞는 계곡 주변 층층나무 신갈나무 참나무 숲속에 명상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평상과 테이블을 놓고 발을 담글 수 있는 작은 못 5~6곳을 마련했다.

데미샘 자연휴양림의 숙박시설인 숲속의 집. 층층, 신갈, 참나무 등 울창한 숲 속엔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와 원앙이도 살고 있다.

전북에서 12번째 자연휴양림이지만 도립 휴양림은 이곳이 처음이다. 전북도가 직접 운영 관리한다.

진안=권동원기자 kwondw@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