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는 너무 쉽다
스피치는 너무 쉽다
  • 김양옥
  • 승인 2012.11.15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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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가 생활화된 서양에서도 스피치는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즉석 스피치를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피치는 왜 어렵다고만 느껴지는 것일까?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피치를 소질이라고 생각하고 사전 준비를 하지 않고, 그 요령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은 습관성이라 말하기 학습을 별도로 하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한다.

스피치의 등급은 크게 상등(上等)과 하등(下等)으로 구분된다. 먼저 상등스피치를 살펴 보면 첫째, 무언(無言)이다. 이것은 말이 필요 없는 것으로 말의 최고의 경지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고, 나를 신뢰받기 위해서 굳이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른 적당하고 적절한 말 한 마디가 나를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다.

둘째, 정언(正言)이다. 이것은 바르게 상대를 배려하는 말이다. 요즘 들어 가장 필요하고,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 매너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천하기 어렵고, 말하기 전에 이러저리 따져봐야 하는 등 귀찮고 어렵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좋은 MC란 ‘출연자를 배려하는 사람’이다. 남을 배려하는 말하기는 ‘섬김’의 정신에서 출발한다.

셋째, 아언(娥言)이다. 이것은 고운 말이다. 부부 사이라도 서로 존대를 해야 하듯이 부부 싸움도 서로 존대를 하게 되면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는다. 부부 이혼도, 주차 문제로 이웃과 다투다 살인까지 벌어졌던 사건도, 모두 다 한쪽에서 먼저 내뱉은 욕설 때문이다. 험담과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 큰 사건으로 번진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은 영원불멸의 진리다. 말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넷째, 부언(否言)이다. 이것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무언(無言)과 다르다. 쓸데 없는 말을 일일이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하고 산다.

지금은 자기 홍보시대요, 평생 면접 보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나친 자기 과신의 말은 자칫 누구나 가장 싫어하는 ‘잘난 척’이 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에는 과감히 침묵을 지켜라.’라고 충고한다.

말하기는 때로 절제가 필요하다. 펑펑 울기보다는 참고 참다가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이 더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는 낮은 저음으로 협박하는 것이 더 무섭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말대꾸에 대한 대가는 때로 굉장히 가혹하다. 순간의 침묵과 인내가 어쩌면 가장 강력한 대답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다음으로 하등(下等)의 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보자.

첫째, 중언(重言)이다. 이것은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말이다. 물론 권위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이런 중언은 인정받지 못하는 말이다. 무조건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청은 최고의 학습이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말하는 사람은 귀머거리나 다름없다’고 한다.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많이 달라진다.

스피치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1, 2, 3 기법’이 있다. ‘내가 1분 말하면 상대는 2분 말하게 하고, 3번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쳐라’라는 기법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둘째, 우언(友言)이다. 이것은 남이 말해주는 것이다. 직접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거나, 직접 바로 말하지 못하고 빙 돌려서 말하는 것을 뜻한다.

‘남을 껌 씹듯이 씹는 것을 즐긴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사람은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나도 어디서건 그들의 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껌은 달다. 그러나 영양가가 없다. 남을 씹어 득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셋째, 치언(致言)이다. 이것은 논리적이고, 이치에 맞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말이지만 실천이 없는 말이다.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실천이 어려운 법이다. 말은 바르나 행동이 없는 표리부동의 말이기에 하등의 말로 구분된다.

치언의 결과는 둘 중 하나인데 바로 ‘입만 살았다’의 뻔뻔함과 ‘자신없어’의 자신감 상실이다. 뻔뻔함은 점점 변명거리를 찾게 만들고 나 자신과 쉽게 타협하게 된다.

자신감 상실은 자기 자신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나와의 작은 약속부터 조금씩 이루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넷째, 희언(喜言)이다. 이것은 농담을 말한다. 요즘 뜨는 스피치로 바로 유머다. 유머는 즐겁게 할 뿐 아니라 관계를 지속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은 유머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개그맨들의 부인을 보면 대개 미인이다. 미인일수록 유머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머, 즉 해학은 자연스러워야 그대로 전해지고 웃음이 된다. 그러나 너무나 잘 하려고 하는 마음에 힘이 들어가거나, 오버가 되면 웃음은 반감되고, 오히려 안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말에는 상등이 좋고 하등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배합하면 아주 훌륭한 스피치가 된다.

상황에 맞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말의 예절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 스피치의 화법과 화술의 기본 표현으로 효과적이고 훌륭한 스피치가 되도록 노력하자. 스피치의 기본을 습득하는 것이 성공적인 스피치의 지름길이다.

김양옥(전주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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