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일의 투표시간 연장문제
대통령 선거일의 투표시간 연장문제
  • 윤진식
  • 승인 2012.11.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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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문제가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국민의 참정권확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 측면에서 이론이 있을 수 없는 사안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 상황과 결합하면서 여야 이해관계당사자가 찬반의견을 쏟아내면서 핫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문제에 찬성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투표에 불참하는 국민 중 다수가 근무로 인해 투표시간에 투표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은 ‘투표시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선거율이 높아진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함으로 인하여 100억 원이라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연장의 효과도 없고 무리’라는 의견을 내세우면서 각각 대립하고 있으며 여기에 학계 및 시민단체가 가세하면서 한층 대립각이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각자 주장의 당부를 떠나 이번 투표시간 연장논란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포함한 영세자영업자의 참정권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통계청에서 2012년 하반기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 비정규직근로자는 591만1000명으로 전체근로자의 33%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전체근로자 중 1/3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또한, 통계청이 2012년 7월 발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586만3200명이라고 한다. 2012년 2월 조사된 대한민국 총 인구수가 5076만7313명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 국민의 1/5이상이 비정규직 또는 자영업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이라는 변수 앞에서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은 생계유지라는 측면에서 선거일이라고 하더라도 업무 시간을 줄이고 투표장에 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헌법 제2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0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그 밖의 공민권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 행사나 공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장이 없으면 청구한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를 적용받는 대상은 공무원이다. 즉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선거일에 휴일 적용을 받고 있는 대상은 공무원이며 여기에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출근시간을 약간 늦추거나 퇴근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있지 않다. 혹자는 투표시간 연장을 논의하기 전에 근무시간 중에 투표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제안일 것이다. 왜냐하면, 주소지에서 투표를 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투표와 같은 선거제도의 혁명적 전환이 있기 전에는 선거일에 생업을 뒤로하고 마음 편하게 투표장으로 갈 수 있는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5년간이나 우리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끌고나갈 국정의 최고책임자를 선출하는 국민적 행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국가가 배려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 것이다. 헌법가치적 측면에서나 국민의 행복추구 자기결정권 존중의 입장에서 투표시간 연장 도입은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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