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86>죽소? 시방 죽소?
가루지기 <386>죽소? 시방 죽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1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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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36>

"팍팍, 찐 김에 팍팍 뽀사뿌리씨요."

주모가 맷돌을 돌리듯이 엉덩이를 돌리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까요? 팍팍 방아확이 어장이 나도록 찧어뿐지까요?"

계집이 이미 절반쯤은 죽어가는 것을 알고 있는 사내가 사정 두지 않고 방아고를 휘둘렀다. 어흑어흑어흑. 주모가 두 다리를 쭉 뻗었다가 힘을 배더니,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어댔다.

"죽소? 시방 죽소? 허면 두 번 채요이."

강쇠 놈이 그렇게 물으며 마지막으로 몇 번 더 방아를 찧었다. 그런 어느 순간이었다. 주모가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었다가 쿵 내려놓았다. 거시기 놈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아랫녁에서 왔다. 주인의 뜻을 눈치 챈 거시기 놈은 이제 능구렁이가 다 되어 있었다. 게거품을 물기는 커녕 난 아직도 멀었소, 아직도 멀었소, 하며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다.

한참 동안을 주모는 숨만 가늘게 색색거릴 뿐 눈을 뜨지 못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던 사랑꾼일까, 아니면 지나가던 과객일까. 누군가 사립을 흔들며 주모, 주모하고 부르고 있었다.

"아짐씨, 손님 왔는갑소?"

강쇠 놈이 주모의 귓부리를 잘근잘근 깨물다가 속삭였다.

"냅두씨요. 억만금을 준대도 시방언 꼼짝허기 싫소."

주모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흐기사, 그럴 것이요. 아짐씨, 헌디 어쩌제요? 요놈이 안직도 쌩쌩헌디. 이대로는 잠얼 못 자겄다고 난리를 부리는디, 어쩌제요?"

강쇠 놈이 거시기 놈을 움죽거리자 주모가 눈을 번쩍 떴다.

"안직도 안 쌌소? 징헌 놈이요, 그 놈이."

주모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놈이 그런 놈이요. 염치도 멋도 없는 놈이랑깨요. 천하의 잡놈이요, 이놈이."

강쇠 놈이 다시 거시기 놈한테 끄덕끄덕 인사를 시켰다. 이번에는 주모가 고개를 절레절레 도리질을 쳤다 모습에 강쇠 놈이 속으로 싱

긋 웃었다. 한번만 더 죽이면 주모가 두 손을 홰홰 내저을 것이었다. 죽어도 다시는 죽고 싶지 않으니, 그만 짐을 싸라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징허네, 징허네. 살다살다 별놈얼 다 보요, 내가."

"미안시럽소. 아무리 쥔이제만 내 맘대로 못 허는 놈이요. 허니, 어쩌겄소? 한번만 죽입시다."

"참말로 그 놈을 죽여야 쓰겄소? 내일 죽이면 안 되겄소?"

"이놈이 싫다고 안 허요? 저 혼자 헛심 쓰는 것은 억울허다고 안허요?. 아짐씨가 정 싫다면 그만두고라우."

강쇠 놈이 몸을 내릴 듯이 설치자 주모가 마지못한 듯 등짝을 안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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