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85> 콩닥콩닥 쿵덕쿵덕
가루지기 <385> 콩닥콩닥 쿵덕쿵덕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14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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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35>

그러다가 주모의 숨결이 제자리를 찾았을 때 입술로 가슴을 덥썩 물며 거시기 놈을 까딱거렸다.

"그만, 그만 헙시다."

문득 진저리를 치며 주모가 강쇠 놈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러나 기왕 악심을 먹고 시작한 일이었다. 강쇠 놈이 더욱 몸을 밀착시키

며 너스레를 떨었다.

"흐따, 그런 벱이 어딨다요? 함께 시작헌 공산디, 그 쪽만 혼자 끝내뿐지면 이놈이 섭섭타고 안 허겄소?"

강쇠 놈이 아직도 의기양양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거시기 놈을 움죽거렸다.

"이녁언 안직도 멀쩡허요이. 나 혼자 극락얼 댕겨왔는갑소이."

주모가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서로간에 공평해야제요. 나넌 암시랑도 안허요만, 요놈언 안 그럴 것이요. 헛심만 썼담서 저녁내 이러고 있을 것이요. 아짐씨는 기왕에 죽었다 살아났응깨, 시방부텀언 요놈얼 한번 죽여봅시다이."

강쇠 놈이 방아고가 확에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주모를 꽉 부등켜 안고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제서야 방아확과 방아고가 제자리를 잡았다.

"나넌 실퍽헌디, 살방애 한번 몸써리나게 찧어뿌렀는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주모가 사내의 등짝을 두 손으로 부등켜 안으며 채비를 했다.

"허면 시방부터 방애 한번 옹골지게 찧어봅시다이."

강쇠 놈이 중얼거리며 방아고를 높이 들었다 쿵 내려 놓았다. 흐메, 나 죽겄는 것. 주모가 입을 쩍 벌렸다. 주모가 그러거나 말거나 강쇠 놈이 부지런히 방아를 찧었다. 한번은 높이 들었다 쿵 내리면서 깊이깊이 찧었고, 서너 번 쯤은 방아확 옆구리를 살살 문지르듯이 조심조심 찧었으며, 가끔은 튀어나온 낱알을 쓸어담듯이 왼쪽 오른 쪽으로 돌리기도 하면서 정성들여 방아를 찧었다.

다시 주모의 입에서 썩은 오징어냄새가 흘러나왔다. 계집이 입냄새를 풍길 때는 이미 절반쯤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강쇠 놈이었다. 그렇다고 방아찧기를 멈출 일은 아니었다.

"어뜨요? 좋소?"

귓속에 혀를 집어넣은 채 물으며 콩닥콩닥 쿵덕쿵덕 빵아를 찧었다.

"좋소. 좋아서 죽겄소."

"그래라우? 좋은 김에 팍 좋아뿐져야제요."

강쇠 놈이 이번에는 탱탱해지다 못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앵두알을 덥썩 물고 움죽움죽 깔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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