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공유, 살림의 교육
가치공유, 살림의 교육
  • 김정훈
  • 승인 2012.11.13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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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능고사의 그늘에서도 스스로 사위어간 목숨이 기어이 생겨났다. 단신으로 전해지는 기사는 무미건조하게 읽힌다. 별일이면서도 별일이 아닌 듯. 찬바람 불고 오색의 잎새가 흩날리는 늦가을의 쓸쓸한 장신구처럼 금세 버려지는 아주 잠깐의 슬픔 또는 멍멍함.

난 이 죽음의 아니 ‘죽임의 교육’이 싫다. 그 도저한 ‘죽임의 교육’이라는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고 그 한복판의 공범으로 살거나 내몰리는 것이 치욕스럽다. 부끄러움의 자조 속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한탄을 반복하는 못난 선생의 비애는 더더욱 절망의 치욕이다. 치욕은 이제 그만 당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희망인가. 내일이 희망이라고 말하기에는 지쳐버린 대다수 우리 사회 노동자 민중의 어깨 위에, 우리 아이들의 가슴 속에 무엇이 이글거려야 하는가. 이 죽임의 장막을 걷어낼 그것은 무엇일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고도 ‘일자리 확대’라고 강변하고 그것도 어디냐며 정당화하는 사회가 아닌가. 그가 사는 삶을 송두리째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하는 무관심, 그 무표정의 시간만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데. 극한 저임금의 청소년 알바노동이 당연히 소비되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상승의 욕망만 자극하는 교육, 이웃과의 연대가 실종된 학교는 ‘자본천국 노동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 속에서도 교육혁명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복된 가치를 다시 일으켜 세울 가치의 혁명이 있어야 한다. 교육혁명이 없이는 ‘자본의 욕망과 자기 소비’에 따른 대한민국 모든 이들의 소외와 불행은 오늘처럼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혁명적 변화로 우리 사회의 밑바탕을 새롭게 해야 한다.

‘가치의 공유’를 생각한다. 교과서에 다 담기지 못한, 채워지지 않은 가치! 교실의 벽과 학교의 울타리에 갇힌 채 박제화가 된 지식교육의 허울을 벗겨낼 ‘가치공유의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며 가르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은 기술이 아니다. ‘학급운영의 기술’이 아니라, ‘지식을 어떻게 즐겁게 나눌까’를 넘어서서, 수업혁신이라는 이노베이션적인 접근을 뛰어넘는 ‘가치의 공유’를 시작하자. ‘아이들과 무엇을 나눌까?’라는 바탕에서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죽임의 교육을 넘어서는 ‘가치’, 그 희망의 열쇳말은 생명평화-인권-노동, 탈핵 그리고 문화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불안과 공포의 사회에서 스스로와 이웃을 행복하게 다스리는 생태적인 영성이 길러지는 생명. 너와 나를 하늘처럼 존중하고 인정하는 인권. 그릇된 욕망에서 해방되는 삶의 보람으로서의 노동. 모두가 학교의 담장을 넘나들며 공유해야할 가치가 아닌가! 정복과 지배를 당연시하는 세계화가 아니라 사람의 공존을 지향하는 평화의 가치가 마땅히 뿌리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일거에 모든 것을 앗아가는 핵위기의 실체 앞에서 ‘탈핵’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교실에서부터 함께하는 것은 ‘삶’의 당연 명제이기도 하다.

교과를 넘나드는 ‘통섭’으로 ‘가치의 공유’는 당장 가능하다. 이것이 ‘살림의 교육’이다. 이것이 혁신학교-학교혁신의 물결이어야 한다. 그러나 ‘살림의 교육’에는 동시적으로 상처의 근원을 도려내는 입시폐지-학급당 학생 수 감축-민주적 교육과정 등 교육제도의 커다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 모두가 ‘살림의 교육’을 위한 교육혁명이다.

교사들도 아이들도 힘겹다. 지금. 그들에게는 치유의 안식이 필요할지 모른다. 상상력을 상실당한 그들은 기대어 물을 곳을 찾아 헤맨다. 치유와 상담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처방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상처를 주지 않는 일이다. 잘못된 제도와 구조로 인한 ‘죽임의 교육’을 방치하며 ‘힐링과 상담’을 읊조리는 교과부는 참 뻔뻔하다.

그래서 ‘살림의 교육’ 교육혁명이다. 우리 아이들 하나의 목숨도 모두의 목숨으로 여기는 교육혁명! 지금 우리가 해야 한다.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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