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84>확 속은 물기가 축축했다
가루지기 <384>확 속은 물기가 축축했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1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대물의 수난 <34>

'참말인갑소이. 참말로 아픈 갑소이. 쫌맬때넌 요놈이 이리 안 퉁거웠는디, 썽얼내가지고 퉁거워진깨 더 아픈갑소. 가만 있어보씨요. 내가 이빨로 끊어볼 것인깨."

"이빨로 끊건 손으로 끊건 얼른 풀기나 허씨요. 내 거시기가 짤라져 뿔겄소."

강쇠 놈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하이고, 짤라지면 안 되제요. 얼매나 소중헌 보물단진디."

주모가 입술로 거시기 놈을 덤썩 물고 이끝으로 살살 갉작거리다가 실끝을 찾아 우직끈 물어뜯었다.

"아이고,. 엄니. 나 죽소."

머리 속에서 불이 번쩍한 강쇠 놈이 버럭 비명을 내질렀다. 거시기 놈을 손으로 확인한 주모가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 실은 풀어졌는갑소. 긍깨, 멋 땜시 밤도망얼 칠라고 했소. 나럴 그리 어수룩허게 보았소? 글고본깨, 정식으로 합궁허고, 합환주 마시자는 말이 말짱 헛소리였던개비요이."

"아니랑깨 그요. 내가 멋 땜시 도망얼 친다요?"

고함을 버럭 지르던 강쇠 놈의 머리 속으로 오냐, 이년아 니가 그리 소원이라면 얼매든지 원풀이를 해주마,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 수난을 당했는데도 거시기 놈은 여전히 씩씩했다.

'속창아리 없는 놈겉으니라고. 니놈이 원헌 일인깨 아프건 말건 실컷 살방애나 찧어보그라.'

속없는 거시기 놈까지 미워진 강쇠 놈이 킬킬킬 웃으며 주모의 양 쪽 어깨를 잡고 앞으로 홱 끌어당겼다.

"괜찮겄소? 실로 짬맸던 디가 상댕히 아플 것인디."

"아프거나 말거나, 그놈이 원헌디 어쩌겄소? 짤라지건 말건 원없이 한번 해봅시다."

"나야 좋제요. 밥숟갈 마다허는 거라지 본 일이 있소? 내가 시방 꼭 그 꼴이요."

주모가 벌서부터 입에서 단내를 내뿜으여 덤볐다. 그런 주모를 앞으로 휙 밀치고 몸을 얹은 강쇠 놈이 다짜고짜 방아고부터 확 속에 밀어넣었다. 주모 역시 천하의 잡년이라 실을 푼다 어쩐다하면서 거시기 놈의 속사정을 알고 있었던지라 확 속은 방아찧기 좋을 만큼 물기가 축축했다.

"흐흐흐. 원이라면 얼매든지 찧어주제요. 얼매던지 찧어준당깨요. 입에서 신물이 나도록 찧어줄 것인깨, 낭중에 살려돌라는 말이나 허지마시요이."

강쇠 놈이 처음부터 사정을 두지 않고 방아고를 움직였다. 흐메, 흐메, 흐메. 주모가 강쇠 놈의 등짝을 두 팔로 부등켜 안고 처음부터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데 주모는 쉽게 더워졌다가 쉽게 식는 체질이 분명했다. 강쇠 놈의 거시기는 아직도 기별이 없는데, 두 다리를 쭉 뻗고 온 몸을 푸르르 떨더니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천장을 향해 빙긋 웃은 강쇠 놈이 주모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