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차원의 반값 등록금
또 다른 차원의 반값 등록금
  • 이승우
  • 승인 2012.11.1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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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철이 시작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의 10명중 8명이 대학을 들어가는 상황에서 대학의 학과와 전공의 선택은 인생설계의 전환점이 될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학력과 학벌주의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대한민국의 대학입시 풍토는 무조건 4년제 대학교부터 가고보자는 묻지 마 식 진학과 함께, 일부 학생들은 원하지도 않는 학과를 선택하여 비싼 등록금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전공과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부에 학적을 두고 있으면서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지도 못한 채,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아르바이트에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부모들도 노후용 자금을 비축하기는 커녕 자녀학자금을 위해서는 빚까지 져야 한다. 고등교육의 본질이 상실되어 가는 상황에서 대학의 비싼 등록금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상의 한 단면이다.

비싼 대학 등록금의 부담을 완화해 주자는 취지에서 이미 정치권 등에서 반값등록금 정책을 백가쟁명의 우후죽순으로 내놓았지만, 그 재원만을 보더라도 연간 7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어야 한다. 그 예산 역시 궁극적으로는 국민세금 부담으로 원천 징수되는 것이니, 아무리 좋은 방안인들 그에 따른 흡족한 실현 대책이 없어 보인다. 설령 반값등록금 정책이 실현되어 지원된다고 하더라도 학벌과 학력 중심의 대학진학이 만연된 입시풍토에서 그 막대한 예산지원이 과연 교육적 투자의 실효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점도 따져 보아야한다. 막연하게 대학등록금만 지원해 준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와 산업에 필요한 인재들을 제대로 길러 내는 기회비용으로 타당하게 투자되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반값등록금의 문제는 국가가 대학교육 수요자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여 그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대학교육을 선택하는 수요자들에게 자기 적성에 맞고 능력에 맞는 학과와 전공을 선택하도록 지도하여 대학등록금에 대한 사회낭비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학졸업 후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창업과 취업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대학 등록금은 소중한 투자가 된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창업과 취업이 제대로 안 되는 현 상황에서는 대학등록금은 비싸게 느껴지고 원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등록금의 낭비적 투자를 생산적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실제적인 반값등록금을 지불하는 것이 된다.

애플사를 창립하여 세계적인 거부가 된 스티브잡스도 대학의 철학과에 진학을 했지만, 대학의 전공보다는 자기가 사랑하는 일에 시간과 돈을 집중 투자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대학이라는 형식적 틀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4년제 대학의 간판을 얻기 위하여 적성과 능력에도 맞지 않는 4년제 대학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학과가 있는 2년제 전문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또 다른 차원의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일임을 대학을 선택하는 요즈음 우리 수험생들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승우(군장대학교 총장, 전북교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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