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은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특화산업을 정부에 제시했고 정부는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지역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참여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지원했던 주제는 R&D(연구개발)분야였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이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 MB정부는 인수위 시절 지역혁신전략을 손보려고 나름 고민하면서 지역혁신전략의 틀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막상 새정부가 시작되자 노력은 무산되고 결국 기존의 혁신전략을 광역권으로 묶어 재배치한 5+2 광역경제권이라는 기형적인 지역정책이 탄생했다.
여기서 기형적이라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이 사업이 정말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정확한 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참여정부와 MB정부를 거치면서 지역균형발전의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추진하는 주무부처는 지경부(참여정부의 산자부)가 되었다는 점이다. 왜 균형발전정책이 지경부만의 핵심사업으로 변질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발전위원회(과거 균형발전위)는 지역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거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역균형발전은 또다시 대선의 이슈가 되고 있다. 모든 후보들이 지역분권과 균형발전을 말하지만 참여정부의 기존 틀에서 크게 변화하지는 못하고 있다. 몇 년째 했던 이야기들이 맥없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제는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를 뒤집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지역특화전략은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이래로 신물나게 들어온 특화전략의 상징인 선택과 집중은 사실 선택과 집중지원이었다. 몇 개의 특화분야를 정하고 이를 집중지원하며 나머지는 배제한다는 전략이었다.
둘째는 이 특화전략이 결과적으로 지역경제의 생태계를 무시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선택되지 못한 저부가가치의 노동집약형 기업들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거나 외국으로 밀려나갔다. 이들이 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지역경제는 고용시장에 큰 타격을 받은 셈이 되었다. 지금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특화전략산업분야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한 대부분 기술지원이나 운영지원을 받을 수 없는 원천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다.
세 번째는 지나친 R&D 중심 지원정책이다. R&D가 국가의 미래이자 지역에서도 미래 먹거리산업 양성의 핵심적 투자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R&D는 사실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R&D는 국가의 미래산업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투자이고, 성공확률이 낮더라도 국가가 소명감을 갖고 과학자들을 격려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극심한 인구감소와 고용감소를 반복하는 지역의 현실에서 무조건 미래를 위해 R&D 투자를 늘리는 것은 지역에 이중적인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형 대기업보다는 현장형 중소기업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고 유통과 마케팅을 돕는 중간지원조직을 활성화하는 일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중견기업으로 발전할 때 좋은 일자리는 가장 많이 나온다. 이것이 이른바 종소기업의 성장사다리라는 관점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의 참여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지역 내 중소기업들과 대학의 고급인력을 연결하고 이 과정에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이 들어오면 중소기업도 도움을 얻고, 대학은 취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지자체는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중소기업들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홍보, 마케팅, 유통의 전 과정을 컨설팅하면서 지역의 기업을 키워나가면 더 큰 발전도 가능해진다. 이제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산타할아버지의 큰 선물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강해지는 자강의 방법을 모색하고 그를 위해 우리의 예산과 제도를 돌아보는 것도 정말 중요한 과제다.
원도연<원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