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80>내가 올라갈라요
가루지기 <380>내가 올라갈라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11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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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30>

"으떻소? 괜찮겄소? 정사령놈헌테 채인 곳이 안 아프요?"

"안직언 견딜만허구만요. 쪼깨 욱신거리기는 해도."

강쇠 놈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면, 내가 올라갈라요이?"

"알아서 흐씨요. 내가 품을 팔았으면 싶소만, 우로 올라가면 탱자가 아플랑가 모른깨, 아짐씨가 어쩐가보게 올라가 보씨요. 괜찮허면 낭중에는 내가 올라가제라우."

강쇠 놈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모가 기다렸다는 듯이 강쇠 놈의 몸 위에 제 몸을 얹었다.

손으로 잡아 길잡이를 해주고 말 것도 없이 거시기 놈이 제 집을 찾아 쑥 미끌어져 들어갔다.

'흐따, 씨부랄 놈 겉으니라고. 주인의 허락도 안 맡고 지 맘대로 들어가뿌리네이. 흐나, 니눔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야 저녁내 헛방애만 찔 것인깨 그리 알그라이.'

강쇠 놈이 중얼거리며 몸에서 힘을 풀었다. 계집의 몸놀림에 따라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있다가는 거시기 놈도 덩달아 긴장하여 제풀에 게거품을 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럴 낌새가 보이면 놈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네 놈 마음대로 하거라, 나는 신경을 안 쓸것이니,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아직 거시기 놈이 무심한데도 강쇠 놈이 머리로 다른 생각을 굴렸다.

'그 씨부랄 년덜얼 내가 어뜨케 허제?

강쇠 놈의 뇌리로 우선 인월 삼거리 주막의 주모년과 젊은 계집년의 얼굴이 스쳐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고 계집과 사내가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으려면 몇 억겁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하룻밤새 두 번씩이나 두 눈 하얗게 까뒤집으며 나 죽소, 나 죽소, 할만큼 살품을 팔아준 사내한테 그럴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재물에 눈이 뒤집힌 계집들일 망정 그래서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었다.

'우선은 그 두 년부텀 자근자근 죽여뿌러야겄구만. 아랫녁이 아구창이 나뿔게 죽여주어야겄구만. 다시는 사내곁에 얼씬도 못허게 맹글아야겄구만. 사내의 사자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맹글아야겄구만.'

강쇠 놈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느닷없이 거시기 놈이 주인 나리 어뜨케 허까요? 하고 다급한 몸짓을 했다.

'이놈이 시방 왜 이런디야?'

강쇠 놈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아랫녁에 정신을 집중했다.

주모는 그렁그렁 천식 앓는 영감태기의 숨소리를 내면서 방아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단단히 조여진 살집으로 사내의

거시기를 물고 움죽움죽, 움죽거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사내의 뿌리를 아예 뽑아버리겠다는 듯이 힘주어 잡아당기고 있는 통에 거시기 놈이 더는 못참겄소, 하고 신호를 보내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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