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378>흐메, 존 것....
가루지기<378>흐메, 존 것....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8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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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28>

"그만허는 것이 좋겄소. 안 그러면 내가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겄소. 내가 하루내 얼매나 발싸심얼 헌 줄 아요? 해가 지기를 바랜 줄 아요?"

주모가 게슴츠레 풀린 강쇠 놈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강쇠 놈의 눈앞에서 문득 주모의 얼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주모의 얼굴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처럼 어여뻐 보이는 것이었다.

'흐흐흐, 내가 취허기는 취했는갑구나. 주모의 낯빤대기가 선녀맨키로 이쁜 것얼 본깨.'

강쇠 놈이 흐흐흐 웃으며 남은 화주를 병째 나발을 불었다.

"이 양반이 거시기만 큰 줄 알았드니, 술도 억수로 마시네."

빈 술병과 술상을 웃목으로 치우며 주모가 입을 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쇠 놈이 뒤로 벌렁 드러누었다.

"나넌 꼼짝얼 못 허겄응깨, 아줌니가 알아서 허씨요. 잡아 묵든지 말든지."

"내가 그럴 줄 알았소. 내가 버파겉은 년이랑깨. 달란다고 화주를 한 병이나 덜퍽 앵기다니."

주모는 강쇠 놈의 거시기가 일을 못 치룰까 그것만이 걱정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강쇠 놈이 거시기를 못 세울만큼 술이 취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모의 옷을 벗기고 거시기 놈을 제 집에 가두어놓고 방아를 찧는 일이 갑자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강쇠 놈이 눈을 감은 채 숨만 새근거리고 있는데 주모가 잠시 동안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생각났다는 듯이 스적스적 옷을 벗고는 사내의 저고리를 벗겨냈다.

그런 다음 강쇠 놈의 가슴에 달린 앙징맞은 녹두알 하나를 입에 덥썩 물고는 다른 손으로는 허리춤의 허리끈을 풀고 발끝으로 지긋이 바지를 밀어냈다. 그러자 제 놈이 먼저 알고 거시기 놈이 고개를 번쩍 치켜 들었다. 하이고, 이눔아, 가만히 좀

있그라. 강쇠 놈이 중얼거리는데, 주모가 저 혼자 좋아 날뛰는 거시기 놈을 무릎 사이에 넣고 깝죽거렸다. 거시기 놈이 움죽움죽 화답했다.

"흐메, 존 것."

주모가 입에서 단내를 확 내뿜었다. 아직 확 속에 고도 안 넣었는데도 머리에 구름이 끼고 땅에서는 물이 솟는 것이 분명했다.

'흐흐, 그래봐야 저녁내 헛공사만 헐 것인깨, 어디 두고 보드라고이.'

강쇠 놈이 깝죽거리는 거시기 놈을 향해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모의 가슴을 물었다. 단단해진 앵두알이 혀끝에서 파르르 떨었다.

'두고 보랑깨, 한식경도 못 되어 제발 살려돌라고 입이 닳도록 애원월헐 것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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