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77>펄새부터 허게요?
가루지기 <377>펄새부터 허게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8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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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27>

"기왕 정식으로 합궁을 헐라면 합환주는 있어야헐 것이 아니요."

머리 속에 퍼뜩 스쳐가는 생각이 있어 강쇠가 빙긋 웃었다.

"정식으로 합궁? 합환주? 허면 나랑 함께 살기로 작정이 된 것이요?"

"아, 손에 흙 하나 안 묻히고 묵고 살 일이라는디, 어떤 후레자식 놈이 마다허겄소? 인자부텀 이 몸언 아짐씨 것인깨, 구어묵든 삶아 묵든 알아서 해뿌리씨요."

"참말이제요? 참말로 내 말대로 헐 것이제요? 아이고, 좋아라. 좋아 죽겄네."

주모가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듯이 설쳤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눈에 이내 물기를 담으면서 강쇠 놈의 품을 파고 들어왔다.

"펄새부터 허게요? 손님이 올란지도 모른디."

"손님이 대수요? 사립을 닫아노면 어지간헌 손님언 내가 일찍 잠자리에 든 줄 알고 돌아간깨 걱정허지 마씨요."

서둘러 화주를 마신 주모가 술상을 발끝으로 밀어내고 강쇠 놈의 바지부터 벗기고 덤볐다.

'흐흐흐, 하루내 아랫녁이 콩닥방애럴 ?었는갑네. 흐기사, 오랫만에 물만낸 고긴디, 오직이나 헤엄얼 치고 싶었으까이.'

강쇠 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주모가 하자는 대로 따라할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주모한테 이끌려 마지못해 아랫녁 송사를 벌이는 꼴이 되어야했다. 주모가 숨결을 높인다고 함께 덩달아 높일 일은 아니었다.

"흐따, 아짐씨도 참. 쇠털겉이 많은 날인디, 머가 그리 급허다요? 가지고 온 화주나 마저 마시고 허십시다."

강쇠 놈이 발가락 끝으로 술상을 끌어당기고 손수 화주를 한 잔 따라 단숨에 마셨다.

"화주가 겁나게 독헌 것인디, 내가 본깨 화주럴 석 잔만 마시면 거시기가 스지를 않던디, 그렇게 마시고도 괜찮겄소?"

"아직까지 요놈이 술에 취헌 꼴언 내가 한번도 못 봤소. 씰데없는 걱정은 말고 술이나 한 잔 따라보씨요. 장모가 따라도 술언 여자가 따라야 맛있다고 안 헙디까?"

"술 마셨다고 안 스면 내가 가만 안 있을라요이."

주모가 아무래도 그것이 걱정인듯 한 마디 더 하면서 화주를 따랐다.

"빌어묵을 년, 사내럴 얼매나 굶었으면 이리 지랄일꼬이.'

강쇠 놈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화주를 이번에는 두 번에 나누어 마셨다. 약병아리 한 마리를 먹었다고는 해도 화주는 역시 독한 술이었다. 정신이 알딸딸해지면서 머리 속이 돌덩이라도 품은 듯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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