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음료의 위험성
에너지음료의 위험성
  • 김형준
  • 승인 2012.11.07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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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청소년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에너지음료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음료란 겉보기에는 이온 음료, 혹은 비타민 드링크제 정도로 보이지만 주로 카페인과 타우린을 주성분으로 하는 음료로 지금까지 나온 어떤 음료수보다 카페인의 함유량이 많은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에너지음료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피로회복에 좋고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불과 1~2년 사이에 판매량이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고 두, 세 가지이던 종류가 이런 인기를 타고 여러 업체에서 경쟁적으로 새 제품을 출시하고 하고 있어 현재는 6~7가지이상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음료는 카페인과 타우린 그리고 몇몇 비타민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에너지음료의 특징인 일시적인 피로회복 효과나 집중력상승효과는 주로 카페인에 의한 것이다. 카페인은 일종의 중추신경자극제로서 도파민, 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높여 사람의 뇌의 활동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청소년 사이에서는 시험기간에 잠을 안 오게 하는 음료로 소문이 나면서 애용되고 있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지치지 않고 유흥을 즐길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독한 술과 섞어 마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아무튼, 적정 용량을 일시적으로 섭취한 경우 일정 시간 활력을 찾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지나친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경험하고 습관적인 경우 카페인 중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커피 한잔에는 보통 60mg 정도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데 반해 에너지음료는 상품에 따라 80~ 120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카페인 일일섭취량이 125mg으로 한, 두 개 정도의 음료로도 하루 한계량을 쉽게 넘어서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도 아직 어린 자녀에게는 주시는 부모님이 거의 없을 텐데 커피보다 훨씬 많은 양의 카페인 음료가 어린 청소년에게 아무런 규제나 제한 없이 팔리고 있다는 점이 바로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에게 뇌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물질을 섭취하게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110V 전자제품에 220V 전압을 흘려보내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카페인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신체적으로는 가볍게는 구역, 구토, 두통, 두근거림 같은 증상부터 심한 경우 부정맥, 심장발작, 간질,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신적으로는 흥분, 초조, 불안, 불면증 등이 나타나고 충동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 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장기간 복용 시 뇌가 항상 흥분상태로 유지되어 뇌의 화학적 균형이 무너져 카페인 섭취가 줄면 더욱 무기력해지고 피로감을 더 느끼는 ‘금단증상’을 경험하게 되고 그런 이유로 오히려 카페인 섭취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내성’을 경험하게 되어 결국 ‘카페인 의존증’ 같은 중독성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호주에서 에너지음료와 술을 섞어 마신 십대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은 에너지음료의 위험성을 의학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 외에도 미국 등지에서 사망사건이 보고되고 있고 간질발작이나 심장발작 같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이 수십여 건 학계에 보고되고 있는 실정으로 늘어나는 판매량만큼 그 폐해도 확산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음료와 도수 높은 양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이라는 의미의 일명 ‘○○밤(bomb)'이라는 칵테일이 유행이라고 한다. 나이트클럽 등에서 취하지 않고 밤새 놀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데 알코올은 중추신경 억제작용을 하고 카페인은 반대로 흥분작용을 해서 마치 물과 기름을 엔진에 동시에 넣고 운전을 하는 것처럼 그만큼 뇌와 심장이 교란에 빠져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음료를 제대로 마시게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점이 필요한데 첫째, 아동과 청소년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앞선 설명처럼 청소년은 뇌의 저항력이 약해 쉽게 부작용과 중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니 혹 자녀가 요즘 주로 마시는 음료수가 무엇인지 꼭 확인하고 부모님들의 지도가 필요하다. 둘째는 고혈압, 심장질환 환자는 섭취를 피해야 한다.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카페인의 효과 때문에 혈압을 갑자기 올릴 수 있고 심장박동을 증가시켜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고혈압과 심장질환을 가진 환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끝으로 보건당국은 에너지음료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적절한 규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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