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76>나허고 함께 삽시다
가루지기 <376>나허고 함께 삽시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7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대물의 수난 <26>

계집의 이랫녁은 천차만별이지만, 주모의 아랫녁도 그럭저럭 데리고 놀만은 했다. 우선은 고를 꽉 채우는 확이 마음에 들었다. 한 달 쯤 하루 세 끼 밥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살방아를 찧으며 놀아난다고 해도 실증이 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놈이 괜찮기는 헌 것인가?'

아무래도 정사령놈한테 채인 곳이 걱정인 강쇠 놈이 탱자 두 알을 손아귀에 넣고 가만히 눌러보았다. 워낙 엄살이 많은 놈이라 미리부터 겁을 먹고 욱신거렸을 뿐, 가슴이 컥 막히는 통증은 없었다.

주모가 손님을 치루는 틈틈이 들려 어떠시오? 안직도 아프시오? 인월로 사람얼 보내 의원영감이라도 불러오까요? 하며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그렇게 입안의 혀처럼 놀아야 함께 살자는 제 부탁을 들어주리라 믿었는지, 정성도 그런 정성이 없었다.

해가지고 날이 설핏해졌을 때였다. 일찍 사립을 닫아 건 주모가 약병아리 한 마리에 황기며 대추같은 것을 넣어 푹 고은 걸 들고 들어왔다.

"먼 삥아리요?"

강쇠 놈이 내키지 않다는듯 물었다.

"먼 삥아리는요? 가차운 삥아리제. 어떠시오? 내가 헌 말 생각해 보았소?"

주모가 닭다리 하나를 죽 찢어 입에 넣어주며 눈을 새치롬히 떴다.

"멀 말이요?"

강쇠 놈이 의뭉을 떨었다. 자기는 한번도 주모의 제안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시늉이었다.

"아, 나허고 함께 살자는 것 말이요. 이녁도 봐서 알겄제만, 오널만해도 내가 두냥 반을 벌었소. 이녁헌테 사흘에 한번씩은 약삥아리 한 마리씩 고아믹일 수 있소. 함께 삽시다."

주모의 눈이 번들거렸다.

"약삥아리에는 화주가 제격인디."

강쇠 놈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화주는 독헌디, 몸도 성치 않은디, 괜찮겄소?"

"나넌 탁배기넌 싱겁습디다. 기왕에 인심을 쓸라면 화주도 한 병 가꼬 오든지 말든지."

"알았소. 내가 얼른 화주 한 병 가져오리다"

주모가 바람처럼 일어나 달려나가더니, 화주 한병을 가지고 왔다.

그런 주모의 입에서 쇳소리가 났다.

"드시씨요."

주모가 화주 한 잔을 따라 주었다. 그걸 단숨에 넘긴 강쇠 놈이 빈 잔을 주모한테 넘겼다.

"나도 마시라고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