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73>주모의 입에서 신음이...
가루지기 <373>주모의 입에서 신음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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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23>

살살 아주 살살, 자기 딴에는 강쇠 놈이 잠이 깨까봐 조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측간에 다리 벌리고 걸터 앉은 자세로 맷돌을 돌리고 있었다. 왼 쪽으로 돌리다가, 위 아래로 궁덕궁덕 찧다가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살집을 움죽거렸다.

'이 아짐씨가 시방 멋허는 짓이디야? 도독으로 방애를 찧네.'

강쇠 놈이 기척을 내려다가 어쩌는가 두고 보려고 입을 다물었다.

어응 어응, 주모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스스로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맷돌을 돌려댔다.

그렇게 얼마마 지났을까. 주모가 입술을 악물고 꺾꺾꺽 울다가 옆으로 비스듬이 넘어갔다.

강쇠 놈이 모른 체 코를 드르릉 골았다.

'징헌 사내구만, 징헌 사내여. 이런 사내허고 석달만 살면 원도 한도 없겄구만."

한숨을 푹 내쉰 주모가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는 강쇠 놈의 바지를 추켜주고 방을 나갔다.

'흐흐흐, 내가 오래 안 살아도 별꼴얼 다 당허는구만이.'

강쇠 놈이 낄낄거리다 말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거시기 놈은 아직도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놈한테는 좋은 일도 없었던 것이었다. 놈이 너무허요, 너무허요, 하면서 불평하듯이 끄덕거렸다.

"쪼깨만 일어나 보씨씨요. 잠얼 자드래도 아침이나 묵고 자씨요."

그 사이 잠이 들었던지, 주모가 와서 어깨를 흔들었을 때는 문 밖이 부옇게 밝아있었다.

"펄쌔 날이 샜소?"

강쇠 놈이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때였다. 거시기 밑이 송곡으로 쑤신듯이 쏙쏙 아렸다.

"아이고, 나 죽겄네."

강쇠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옆으로 쓰러졌다.

"왜 그러요? 또 아프요? 어제 밤에 식보럴 다섯번도 더 했는디, 오널 쯤언 다 나슬줄 알았는디, 아픈 기가 쪼금도 안 가셨소?"

주모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거참, 이상허요이. 멋으로 얻어맞은 것 맨키로 아파 죽겄소."

강쇠 놈의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놈의 그런 표정에서 따는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주모가 다가왔다.

"어디 좀 봅시다."

말리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주모가 강쇠 놈의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는 이것이 먼 일이랴? 하고 뒤로 나자빠질 듯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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