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74>탱자가 아새끼 주먹만허요
가루지기 <374>탱자가 아새끼 주먹만허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6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대물의 수난 <24>

"왜 그러요? 밤사이에 누가 내 거시기놈얼 떼가 뿌렀소?"

"그,그것이 아니라 탱탱 부어있소. 탱자 하나가 아새끼들 주먹만허요."

"멋이라고요? 탱자가 부섰어요?"

"글씨, 그렇당깨요. 밤꺼정만해도 겉으로는 멀쩡했는디, 왜 이렇게 되었다요?"

주모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걸 내가 어뜨케 안다요? 거시기 놈이 밤내내 번얼 섰응깨, 그놈헌테 물어보씨요."

"거참, 이상허네. 이리 붓도록 쎄게 허지도 안했는디, 불면 날릴까, 만지면 깨질까, 살살, 좀심헌다고 했는디."

강쇠 놈의 입에서 다 아짐씨 땜이 아니요? 아짐씨가 주인도 모르게 살방애를 쩌서 안 그러요, 하는 말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일어나씨요. 일단언 밥부터 묵고 식보럴 더해봅시다."

주모가 강쇠 놈을 일으켜 앉히고 밥상을 턱 밑에 디밀었다.

밥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약병아리 한 마리가 놓여있었다.

"머먼 닭얼 다 잡았소?"

강쇠 놈의 얼굴이 또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겪은 걸로 보면 주막의 주모가 닭이라도 한 마리 잡아 먹이면 꼭 그 몇 배의 품삯을 요구했던 것이다. 약병아리 한 마리 잘못 먹었다가는 그 몇 배를 품일로 갚아야할지 모를 일이었다.

'닭 한마리 멕이고 얼매나 일얼 시킬라고 그러시요? 나 이것 안 묵을라요."

"일 안 시키께 걱정허지 말고 묵으씨요."

주모가 밥상을 강쇠 놈의 턱밑으로 다시 밀어놓고 닭다리 하나를 쭉 찢어 입에 넣어 주었다.

"흐참, 아짐씨도. 나도 손이 있는디."

강쇠가 마지못해 먹는다는 식으로 닭다리를 받아 우적우적 씹었다. 연한 살고기가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을 넘어갔다.

"어떠시오? 내가 가만히 본깨 특별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없는 것 같은디, 나랑 삽시다."

강쇠 놈이 닭 한 마리를 다 먹었을 때 주모가 바짝 다가 앉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당깨, 하고 생각하며 강쇠 놈이 같이 살아요? 하고 물었다.

"내가 이녁얼 손끝에 흙 하나 안 묻히고 살게 맹글아 주겄소. 내 주막이 그래도 몫이 좋아 손님들이 심심찮게는 들고 나요. 심심허면 마당이나 가끔 씰고, 편허게 살면 안 되겄소?"

"싫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