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도 넘은 '비매너' 언제까지?
롯데, 도 넘은 '비매너'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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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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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MVP 시상식 날 신임 감독 발표로 찬물

5일 오후 2시에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시상식의 주인공은 넥센 히어로즈였다. 소속 선수인 박병호와 서건창이 나란히 최우수선수(MVP)상과 최우수 신인선수상을 가져갔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넥센에게 쏠릴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시상식 직후 또 다른 대형 뉴스가 터졌다. 바로 롯데의 신임 감독과 코칭스태프 발표였다. 롯데는 시상식이 끝난 오후 3시 반쯤 제 15대 사령탑으로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을 선임하고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12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고 밝혔다. 정민태 전 넥센 투수코치도 함께 영입한다고 덧붙였다.

시상식 분위기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수상자들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킨 것도 어찌 보면 넥센과 무관하지 않다. 넥센을 떠난 김시진 전 감독과 정민태 전 투수코치의 롯데행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화제의 대상이 '현(現)' 넥센으로 시작해 '전(前) 넥센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이날 오전 10시 롯데 구단 고위층은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자진사퇴한 양승호 감독의 뒤를 이을 사령탑 선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배재후 단장이 오후 2시 김시진 감독을 만났다. 속전속결로 영입 절차를 마무리했다.

롯데는 취재진과 수상자들의 개별 인터뷰가 진행되던 시점에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행사장에 모여있던 야구 관계자들과 취재진 모두 깜짝 놀랐다. 여기저기 분주한 움직임들이 포착됐다. 더 이상 시상식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발표 시점에 대한 질문에 "오후에 최종 결정이 나서 바로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인 롯데 차기 사령탑에 대한 관심도를 감안하면 이날 가장 많이 주목 받아야 할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게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같은 업자끼리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업자 정신'은 포스트시즌 기간 내내 화두였다. 한화는 포스트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김응용 감독의 영입을 발표했다. 노장 감독의 현장 복귀 소식에 야구계가 시끌시끌했다. 자연스럽게 일순 가을야구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화는 한국시리즈 4차전이 시작되기 전 류현진의 포스팅 시스템 참가 소식을 발표해 또 한번 현장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롯데가 비매너로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는 한국시리즈 4차전과 5차전 사이 이동일에 양승호 감독의 사퇴 소식을 알려왔다. 가을잔치에 집중돼야 할 관심이 분산됐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시리즈의 결과보다 롯데의 다음 감독은 누가 될지가 궁금해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물론 발표 시기를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구단 나름의 사정도 있다. 마무리 훈련을 비롯한 다음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마냥 남의 눈치만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꼭 시상식 발표 당일이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만약 롯데 선수 가운데 MVP나 신인왕 가운데 유력 후보가 있었다면 발표가 이뤄졌을까 의문이다.

게다가 롯데의 이번 감독 선임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아시리즈는 무관하다. 구단 관계자는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김시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지 않고 기존 방침대로 권두조 감독대행 체제로 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롯데의 차기 사령탑 발표는 신임 김시진 감독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까지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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