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72>탱자 두알이 쏙쏙 아려
가루지기 <372>탱자 두알이 쏙쏙 아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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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22>

"흐메, 흐메. 나 죽겄소. 나 죽겄소. 쪼깨만 더, 쪼깨만 더 심얼 줘보씨요."

주모가 강쇠 놈의 가슴을 물고 늘어졌다. 그럴수록 거시기 놈이 몸부림을 쳤다. 갑갑허요, 내가 미치고 환장해서 폴짝폴짝 뛰겄소, 하고 용틀임을 했다. 어차피 확을 꽉 메운 고였다. 작은 몸짓만으로도 방아는 찧어지게 마련이었다.

주모가 입을 벌리고 꺽꺽꺽 숨이 막혀하다가 엉덩이를 풀썩 들었다가 놓고는 얼굴을 강쇠 놈의 가슴에 쳐박았다.

그렇게 한참을 주모는 죽은 듯이 엎드려있었다. 작은 떨림이 주모의 깊디 깊은 옹달샘 안에서 일어났다. 다른 계집들한테 겪지 못했던 즐거움이 강쇠 놈의 온 몸을 흘러갔다. 그렇다고 거시기 놈이 게거품을 물고 늘어진 것은 아니었다. 죽고싶소, 내가 시방 죽고 싶소, 하고 거시기 놈이 껄떡거렸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강쇠 놈은 알고 있었다. 주모만 구름을 타면 제 할 일은 다한 것이었다. 오늘만 날은 아니지 않은가? 강쇠 놈은 아까부터 탱자 두알이 쏙쏙 아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옹달샘의 파문이 멈추었을 때 강쇠 놈이 가만히 주모를 밀어냈다.

주모가 눈을 배시시 뜨고 말했다.

"이녁겉은 남정네는 또 첨이요. 방애도 제대로 안 찜서 계집을 죽이는 사내는 또 첨이요.인월 삼거리 주모년을 어뜨케 죽였는가 알겄소. 그년이 밭문서꺼정 ?긴 사정얼 알겄소."

"미안시럽소. 밥값도 못했는 갑소."

"아니요, 아니구만요. 내가 꼭 죽는 줄 알았소. 징헌 놈이요. 이놈이. 헌디, 아직언 섬닷헌갑소. 고개럴 빳밧이 쳐들고 있소."

주모가 손으로 아직도 당당하게 서 있는 거시기 놈을 쓰다듬었다.

"그놈언 간에 기별도 안 갔을 것이요. 저녁내 껄떡거릴 것이요."

"그래서 어쩐다요? 이놈이 불쌍해서 어쩐다요?"

"속창아리 없는 놈이제요. 지 아랫녁언 아파서 죽겄다는디, 저만 즐겁자고 널름대는 놈이 그놈이요."

"그런 소리 마씨요. 이녁헌테넌 야가 재산이요. 잘 봉양허씨요."

"히히히, 그놈얼 봉양험서 사는 사내도 있다요?"

강쇠 놈이 낄낄낄 웃었다. 그때마다 아랫쪽이 뜨끔거렸다. 저절로 얼굴이 일그러지는 강쇠 놈을 보고 주모가 아무래도 식보를 더 해야겠다면서 일어섰다.

다음날 새벽이었다. 깜박 잠이 들었는데, 아랫녁이 묵직해서 눈을 떠보니, 주모가 거시기 놈을 살집에 꽂은 채 맷돌을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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