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69> 복상사라도 당했소?
가루지기 <369> 복상사라도 당했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4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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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19>

"이부자라는 사람이 죽었소? 복상사라도 당했소?"

"그걸 어찌 알았다요? 복상사 당헌 것얼."

"사내가 색탐허다가 죽었다면 그것백이 더 있소? 어떤 여잔가 몰라도 사내가 복상사럴 헐 정도라면 겁나게 셌는갑소이."

"사내가 워낙 약골이었당깨요. 옥녀라는 계집인디, 내 집에도 며칠 있었소. 허리가 버들가지맨키로 낭창낭창허고, 눈으로만 실실 웃는 것이 천하의 잡년이긴 헙디다. 그년이 셌는가 어쨌는가는 손구락얼 안 찔러봐서 모르겄소만, 이부자가 자식 하나 얻겄다고 그년얼 씨받이럴 디렸다가 결국에는 씨도 제대로 못 뿌리고 죽었당깨요."

"그 여자 한번 만내보고 싶소."

강쇠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약골이 되었건 어쨌건 순전히 아랫녁 하나로 사내를 잡아먹었다면 보통 계집은 아니려니 싶은 것이었다.

"으이그, 사내들이란, 그저."

주모가 눈을 살짝 흘기며 사타구니 사이를 손으로 꾹 눌렀다. 거시기 놈은 어서 오씨요, 하고 고개를 들었고, 탱자 두 쪽은 생각났다는 듯이 아렸다.

"하이고, 아짐씨. 왜 그러시요? 나럴 아예 죽일라요?"

"내가 멋 땜시 이녁얼 죽인다요? 죽일라면 이놈이나 죽이제."

주모가 거시기 놈을 꽉 움켜쥐었다가 놓고 방을 나갔다. 어제밤에 두 계집을 두번씩이나 죽이고, 또 한나절을 걸어 온 길이 피곤했던지 눈이 스르르 감겼다.

'탱자만 나스면 주모한테 보럴 갚아야겄구만이.'

하픔을 하다말고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감자 붙인 것이 효험을 발휘하는지, 어쩌다 생각났다는 듯이 뜨끔거릴뿐 아랫녁도 조용했다.

저녁에 온다던 정사령놈은 비깜을 안했다. 주모가 가져 온 저녁밥을 먹고 감자 간 것을 바꾸어 붙이고 한 숨 잘 자고 난 다음날 아침에도 정사령 놈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쇠 놈은 천하태평이었다. 어차피 주모 앞에서 밥값이며 잠값은 제 놈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주모가 새삼 돈을 내놓으라고 어거지를 부릴 일은 없을 것이었다.

이날 밤이었다. 일찍 사립을 닫아 건 주모가 뜨거운 물수건을 가지고 들어와 스스럼 없이 강쇠 놈의 바지를 내렸다.

"아까막시 본깨, 감자는 인자 그만 붙여도 될 것 같앴소. 부기도 많이 갈아앉은 것 같소."

"부기넌 빠졌을랑가 몰라도 아픈 것은 똑같은디요."

저녁에는 색탐많은 주모한테 꼼짝없이 당하겠구나, 싶어 강쇠 놈이 엄살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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