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67>계집년덜이 환장얼 허겄소
가루지기 <367>계집년덜이 환장얼 허겄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01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대물의 수난 <17>

말끝에 주모가 강쇠 놈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탱자 두 개를 이 쪽 저 쪽 주물러보기도 하고, 살며시 눌러보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강쇠 놈이 살살, 살살 만지씨요,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아프요? 겁나게 아프요?"

"아프지도 안험서 미쳤다고 괌얼 지르겄소. 죽겄소. 내가 시방 죽겄소."

"이놈언 못 죽겄다는디요. 외려 고개를 치켜 드는디요."

주모의 손을 탄 속없는 놈이 들고 일어나는 기척을 느낀 강쇠 놈이 흐흐흐 웃었다.

"그놈언 원래가 눈깔이 하나라서 속창아리가 없소. 뒈질자리 안 뒈질 자리, 천지분간얼 못 허고 지랄방정얼 떤당깨요."

"속 없는 계집년덜이 보면 환장얼 허겄소. 총각인가 아자씬가 몰라도 계집깨나 울리고 댕겼겄소. 인월 삼거리 주모년이 밭문서 ?김서 뎀빈 까닭얼 알겄소."

주모가 손장난을 치자 온 몸의 기운이 살뿌리 끝으로 모이면서 벙거지 놈한테 발로 채인 곳이 새삼 쏙쏙 아렸다.

"아프요, 손 좀 떼씨요."

강쇠 놈이 엉덩이를 풀썩 들었다 놓았다.

"쪼깨만 지달려보씨요. 내가 하지감자럴 갈아오리다."

"그건 왜요?"

"다쳐서 붓는디, 그걸 붙이면 부기가 빠진다고 했소. 침으로 나슬데도 아닌깨, 아쉰대로 단방약이라도 써봅시다."

"허면 그래보시던지요. 아짐씨한테 폐가 많소. 이놈허고넌 생면부진디, 이놈의 일진이 더러워서 아짐씨헌테 폐럴 끼치요."

"다 나스면 설마 나몰라라허지는 않겄제요?."

주모가 한 마디 남기고 방을 나갔다. 허리는 호리호리하면서도 엉덩이가 빵빵한 것이 제법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어쩌까이. 참말로 고자가 돼뿔면 어쩌까이.'

강쇠 놈이 중얼거리며 오른 손으로 조심스레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속없는 놈은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너 땜이여, 이눔아. 이 분란이 다 니눔 땜이여.'

놈을 부러뜨릴 듯이 한 쪽으로 눕혔다가 놓으며 이번에는 탱자를 하나씩 확인해보았다. 아프다고 생각하니까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은 커진듯도 싶었다.

그걸 손가락 사이에 넣고 살며시 눌러 보았다. 그러다가는 저도 모르게 아얏,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깨져뿌렀는갑네이. 참말로 깨져뿌렀는갑네이. 강쇠 놈이 고자가 돼뿌렀는갑네이.'

강쇠 놈이 눈물까지 질금질끔 쏟으면서 걱정에 잠겨있는데, 주모가 뜨뜻하게 덥힌 무명수건과 감자 간 것을 들고 들어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