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66>사람 것이요? 누렁소 것이요?
가루지기 <366>사람 것이요? 누렁소 것이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3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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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16>

"잘 지켜. 내가 밤에 올 것인깨. 그놈 연장 조심허고."

강쇠 놈을 주막 골방에 들여놓고 벙거지 놈이 주모에게 당부했다.

"먼 연장을 조심헌다요? 깽이자리 하나도 안 들고 왔는디요."

주모가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능청을 떠느라 그러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썩을 년, 속언 놀놀험서."

애꿎은 주모한테 눈을 흘긴 벙거지 놈이 침을 퉤뱉고는 돌아섰다.

그 뒤에 대고 강쇠 놈이 물었다.

"나리, 밥값이랑 잠값은 어뜨케 허실라요? 이놈헌테넌 시방 돈이 한푼도 없는디요."

"알겄다, 이눔아. 그런 걱정 말고 몸조리나 잘 허그라."

"고맙구만요. 허면 이따가 보십시다."

강쇠 놈이 흐흐흐 웃다가 아이고고, 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러요? 겁나게 아프요?"

주모가 방으로 들어왔다.

"거지꼴로 아픈 사람도 있다요? 내가 시방 죽겄소. 탱자가 쏙쏙 애리는 것이 누가 잡아 땡기는 것 같소."

"어디 좀 봅시다. 참말로 깨졌는가 어쩐가."

어? 어? 이 아짐씨가 시방,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주모가 바지춤을 밑으로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어메, 이것이 시방 멋이디야? 하고 뒤로 물러났다.

"왜 그러시요? 아짐씨. 이놈의 탱자에 어혈이라도 졌소? 참말로 깨져뿌렀소?"

강쇠 놈이 뻔히 짐작하면서도 물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 것이요? 누렁소 것이요?"

"내가 사람인깨 사람 껏이겄제요. 헌디, 내 탱자가 어뜻소?"

"쩌께 붓기는 했어도 다행이 깨진 것 같지는 않소. 정사령 그놈이 발로 차서 이렇제요? 그놈언 그 발질이 탈이랑깨요. 언젠가는 다른 사령놈 하나를 발로 차서 고자럴 맹글더니."

주모가 조촘조촘 다가 왔다.

"나도 고자가 되것소? 다시넌 사내 노릇얼 못 허게 생겼소? 하이고, 참말로 그리되면 어쩐당가? 그 놈이 내 하나 백이 없는 재산인디. 이 노릇을 어쩔꼬?"

강쇠 놈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울상을 짓자 주모가 어디 쫌 봅시다, 하고 덤벼들었다.

"머 헐라고 그러시요?"

강쇠 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잡아묵지넌 안헐 것인깨, 염려는 붙들어 매시요. 어디럴 얼매나 다쳤는가 알아야 단방약이라도 써 볼 것이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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