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방문의해 사업이 놓치고 있는 것
전북방문의해 사업이 놓치고 있는 것
  • 김대섭
  • 승인 2012.10.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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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방문의 해 사업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본격적인 사업 준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다. 이벤트성 사업들의 나열이라는 비판과 홍보나 거도적인 분위기 조성이 미흡하다는 지적 등, 방문의 해 사업 전반을 둘러싼 우려들이 주종이었다. 하지만, 사업기간을 두 달 남겨 놓은 지금, 인상평가 수준에서 보자면 기존의 우려와 비판들이 과도한 측면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꼽자면 앞으로 관광산업의 주 수요자가 될 수학여행단 유치 규모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사실 관광객이라는 집단은 단순하지가 않다. 내·외국인 관광객, 효도관광을 다니는 어르신 관광객, 주로 젊은 층으로 구성된 개별 자유여행객, 그리고 수학여행단 등 다양한 층위로 구분되는 것이 관광객이다. 따라서 방문의 해 사업을 통해 관광객 유치를 확대한다고만 했다면 이는 매우 모호한 유치전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겠지만, 전라북도는 다행히 수학여행단을 특정 유치대상으로 선정해서 적지 않은 공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0월 현재, 23만 7천명의 수학여행단을 유치하여 목표 대비 58%가 증가한 성과를 달성하였다. 물론 관광객 통계 집계에 허점이 많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수학여행단이 다른 여행객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통계의 신뢰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성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외에도 세계미술거장전과 세계순례대회 등 타 지자체에 비해 차별적이고 경쟁력 있는 행사들은 방문객 유인효과는 물론, 지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계순례대회는 우리나라의 4대 종단이 두루 참여하는 행사로서, 전라북도의 종교문화자원이 지닌 잠재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전라북도가 종교 간 화합과 소통의 메카로 인식되고 많은 종교인과 신자들이 전라북도를 찾는다면 지역 이미지 개선과 방문객 증대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물론, 양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과에도 이번 전북방문의 해 사업은 지역관광 산업의 기초체력 다지기라는 핵심 과제에는 소홀하여 출발부터 이미 반절의 성공을 예약해 놓은 셈이었다. 애초 지역방문의해 사업은 지역관광의 경쟁력 제고와 관광산업 활성화 계기를 마련하자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 관광인프라와 자원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보완 작업이다. 한 해 동안의 방문의해 사업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얻기보다는 관광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고 그 터를 닦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북방문의 해 사업은 홍보·평가와 이벤트·공연 분야에만 전체 사업비의 75% 가량을 투입하고, 기초 체력 다지기는 역량강화라는 명목으로 2%에도 못 미치는 사업비를 배정하였다.

이는 방문의 해 사업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가 없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5년, 10년을 바라보고 전라북도 관광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초작업에 충실한 것이 더욱 전략적이고 효과적이다. 지금까지 전북관광이 커다란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도 관광정책의 흐름을 따라잡는 데 급급하고 현안별로 산발적인 대응을 하며 헉헉댔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북방문의 해 사업은 보유자원의 관광가치 창출을 극대화시키고 관광객 7% 증가, 전북관광에 대한 호감도 개선, 1조원에 달하는 관광산업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성과가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는 백서발간을 비롯한 평가작업이 끝나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취한 것에 대한 칭송과 홍보가 아니라 놓친 것에 대한 반성과 면밀한 분석 작업이다. 전라북도가 사업종료 후에 이 점까지 놓친다면 전북방문의 해 사업은 1년짜리 사업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한 채 전북도정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김대섭<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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