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거지 놈이 마지막으로 한번 야무지게 발길질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급소 가운데도 급소를 찼다.
"흐이구, 어매."
강쇠 놈이 입을 쩍 벌리고 숨을 헐떡 거렸다.
이만했으면 되었다 싶었는지, 벙거지 놈이 발길질을 멈추고 내려다 보았다.
"이눔아, 자리보고 발뻗으랬다고 주둥이도 놀릴데가 있고, 안 놀릴데가 있는 것이여? 어디서 사람의 복장을 지르고 지랄이여?"
"잘못했소. 잘못했소, 나리. 이놈이 워낙이 생각이 짧아서 나리의 아픈 곳얼 콕콕 찔렀는갑구만요. 넘 아픈 곳언 피해감서 찔러야허는디, 멍청헌 이놈이 매럴 벌었소."
강쇠 놈이 뻐르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이었다. 사타구니 사이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아이고, 나리. 나 죽겄소. 내가 죽어뿔랑갑소."
얼굴까지 핼쓱해지며 사타구니를 부여안고 딩구는 강쇠 놈을 내려다 보며 벙거지 놈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먼 수작이냐? 시방."
"나리넌 시방 이놈이 수작얼 부리는 것으로 보이요? 아무래도 탱자가 깨져뿌렀는갑소. 두 쪽 다 톡허고 깨져뿌렀는갑소."
이마에 땀방울까지 송글송글 맺히면서 딩구는 강쇠 놈의 수작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벙거지 놈이 긍깨, 멋땜시 주둥팽이럴 함부로 놀렸냐? 어쩌고 하면서 한 쪽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가자, 다 왔다. 쬐깨만 더 가면 된깨, 아파도 참그라이."
"못 걷겄구만요. 참말로 못 걷겄구만요."
강쇠 놈이 다시 털썩 주저 앉았다. 벙거지 놈이 망연자실 내려다 보았다. 죄같지도 않은 죄를 덤테기 씌워 끌고 오다가 애먼 놈 하나 잡았구나, 싶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 놈을 흘끔 올려다 본 강쇠 놈이 고개를 사타구니에 쳐박고 끙끙 앓았다.
"쪼깨만 더 가보자. 삼거리에 주막이 있응깨, 주막꺼정이라도 가보자."
"주막얼 가면 머헌다요? 탱자가 뽀사져뿌렀응깨, 인자넌 사내구실도 못 헐 것인디, 주막언 가서 멋헌다요? 나리, 그 놈의 창으로 이놈의 가심얼 폭 찔러뿌리씨요. 그것이 차라리 낫겄구만요. 창에 찔려 죽어뿌리는 것이 낫겄구만요."
"허, 그 놈 참. 아, 긍깨, 내가 발로 찰 때 피했으면 될 것이 어니더냐? 멍청허게 맞아놓고는 뒈진다 산다 난리여, 난리가?"
"하이고, 나리넌 두 손이 꽁꽁 묶였는디, 어뜨케 피헌다요? 어떤 멍청헌 놈이 저 뒈질줄 앎서 안 피헌다요? 억지 쓰지 마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