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63>강쇠 사타구니 사이를 툭툭
가루지기 <363>강쇠 사타구니 사이를 툭툭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30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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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13>

"멋 때문이냐?"

"델꼬 사는 사내새끼의 살몽둥이가 쓸만허다는 말씸이제요. 그걸로 자근자근 얻어마질 생각만해도 저절로 흥이 나오는 것이 계집이랑깨요. 헌디, 제 발등에 오줌누는 나리의 거시기를 가지고 어찌 아짐씨헌테 구름을 태와 주겄소."

강쇠 놈이 그겋게 말했을 때였다. 벙거지 놈이 느닷없이 발길을 날렸다. 강쇠 놈이 앞으로 털썩 넘어졌다. 그 순간에도 그대로 맨땅에 얼굴을 박으면 코가 깨질 것같아 무릎부터 땅에 박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무

릎에서 시작되어 머리 속을 흘러갔다.

어제밤에는 거시기 놈이 화를 부르더니, 시방언 또 주둥팽이가 화를 불렀는갑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강쇠 놈이 벙거지 놈을 올려다 보았다.

"요런 싹동머리 없는 놈 좀 보소. 오냐오냐했드니, 나럴 가지고 놀라고 허네."

벙거지 놈의 발길이 다시 한번 강쇠 놈의 옆구리를 내질렀다.

"아이고, 나 죽네. 죄없는 강쇠 놈 죽네."

강쇠 놈이 땅바닥을 딩굴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동네매를 맞을 때에 엄살반 사정반으로 고함을 지르면 몽둥이질이 조금은 약해지더라는 꾀가 생긴 것이었다. 무릎이 아픈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말 어디 한 군데 어장이 난 것처럼 엄살을 떨

면 잘못하다가는 애먼 놈하나 죽이겄구나, 하는 생각에 발길질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궁리가 머리 속을 스쳐갔다.

그러나 강쇠 놈의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벙거지 놈이 펄펄 뛰면서 발길질을 해 댄 것이었다.

"멋이 어쩌고 어째? 제 발등에 오줌을 눈 내가 어쨌다고? 니놈 껏언 그리 잘 났냐? 계집언 주둥이로 화럴 불러들이고, 사내 새끼넌 살뿌렁구로 화럴 불러들인다는 소리도 못 들어봤냐? 어디, 이래도 잘 난 이놈의 것얼 자랑헐 수 있는가보자. 죽어

라, 이놈. 죽어라, 이놈."

벙거지 놈이 발끝으로 강쇠 놈의 사타구니 사이를 툭툭 찼다. 속없이 고개를 쳐들고 있던 놈이 어따 뜨거라, 하고 움츠러 들었다.

"하이고, 나리. 내가 잘못했소. 이놈의 주둥팽이가 죽을 죄럴 지었소. 긍깨, 제발 이놈 쪼깨만 살려주씨요. 발로 찰라면 차라리 옆구리럴 차씨요. 낯빤대기럴 차씨요. 나 죽겄소. 나 죽겄응깨, 그만허씨요, 나리. 정 찰라면 다른 데럴 차제 그놈언 왜 찬다요?"

강쇠 놈이 이리 딩굴, 저리 딩굴, 딩굴면서 애원했다.

"이놈이 화근인깨 글제, 이놈아. 니가 시방 멋 땜시 끌려가냐? 다 이놈 땜이 아니냐? 에라이, 썩어자빠질 놈아. 뒈져보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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