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62>사나흘에 한번 몽둥이질만 잘해주면
가루지기 <362>사나흘에 한번 몽둥이질만 잘해주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9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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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12>

"이런 살몽둥이로 실컷 한번 두드려맞았으면 원도한도 없겄네."

다시 한번 툭 건드리며 주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꼴에 비윗장이 상했던지 벙거지 놈이 남은 막걸리를 급히 마시고 일어섰다.

"가자, 이놈아."

"예, 나리. 가십시다."

강쇠 놈이 툭배기에 남은 국물 두어 모금을 서둘러 마시고, 제 앞의 탁배기 잔까지 얼른 비우고 일어섰다.

"손을 뒤로 돌리그라."

"꼭 이래야 쓰겄소?"

손을 등뒤로 돌리며 강쇠 놈이 불퉁거렸다. 주모가 어쩌까이, 저 일얼 어쩌까이, 하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벙거지 놈이 강쇠 놈의 둔 손을 단단히 묶었다.

"나리, 아까막시 주모럴 본깨 젊었을 때는 사내깨나 홀렸것습디다."

운봉이 저만큼 보이는 곳에서 강쇠 놈이 말했다.

"그년도 소문난 색녀니라. 하루밤에 사내 셋을 잡아묵고도 시장해했다는."

"그렇게 셌다요?"

"암, 세제. 사내의 거시기를 뿌리까지 뽑을라고 든깨."

말끝에 벙거지 놈이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나리도 주모허고 해봤는갑소이. 이놈이 보기에는 택도 없겄든디."

"택도 없어?"

"아, 방애럴 찔때 말이요. 확이 크면 고도 커야 방애가 제대로 찧어지는 것인디, 주모노릇을 얼매나 했는가 몰라도 주모의 확이 겁나게 안 크겄소?"

강쇠 놈이 벙거지 놈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도 모르고 나불댔다.

"그래서?"

"어른덜 말씸에 제 발등에 오줌누는 놈허고넌 상종얼 말라고 했구만요. 솔직히 나리의 거시기가 어디 거시기라고 헐 수 있소? 아새끼덜 잠지제요."

아무래도 강쇠 놈이 탁배기 두 잔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벙거지 놈의 아픈 곳을 골라가며 쑤셔대고 있었다.

"아까막시 빨래허는 아짐씨럴 본깨, 눈에 궁기가 들었더구만요. 배 고픈 궁기가 아니라, 아랫녁이 고픈 궁기 말씸이요. 그런 여자는 서방헌테 서방대접얼 안 해주제요. 계집들은 살 맞대고 사는 사내새끼가 다른 것언 다 잘못해도 사나흘에 한번이라도 몽둥이질만 잘해주면 그만이랑깨요. 사내가 술판에 노름판에 날가는 줄 모르고 살 때에, 땀 찔찔 흘림서 콩밭을 맴서도 흥타령을 부를 수 있는 것이 멋 때문이간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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