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60>아랫도리가 부실하기 때문
가루지기 <360>아랫도리가 부실하기 때문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8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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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10>

"니가 산다고?"

벙거지 놈이 입맛을 다시며 주막을 돌아보았다, "가시제요, 나리,"

강쇠 놈이 먼저 주막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벙거지 놈이 따라오며 물었다. "너 달음박질 잘 치냐?"

"쪼깨넌 허요만, 왜요?"

"너, 뙤끼허고 나허고 달음질 치기럴 허면 누가 이길 것같냐?"

"퇴끼넌 꾀로 잡는 것이제, 달음질로 쫓아서 잡을라고 허면 안 되제요."

강쇠 놈의 대꾸에 벙거지 놈이 묶은 손을 풀어주며 말했다.

"내가 이긴다. 운봉관아 사령들 가운데 달음질얼 나만큼 허는 놈이 없니라."

"히히, 고맙구만요. 주모 앞에서 면이 스겄구만요."

"줄행랑칠 생각 말어? 소피야 손 안 대고 보았지만, 국밥언 손 안대고 어찌 쳐묵겄냐? 부처님같은 맴으루다 임시로 풀어주는 것인깨, 배은망덕허지 말어."

"걱정언 붙들어 매시랑깨요. 이놈이 도망얼 가면 내가 죄인이요, 허고 인정얼 허는 것이나

마찬가진디, 죄 없는 이놈이 멋 땜시 도망얼 간다요."

"퇴끼헌테 이긴다는 말이 거짓꼴이 아니여."

"알 겄당깨요. 주모, 장국밥 두 그릇 주씨요. 탁배기부텀 두어되 주고요."

강쇠 놈이 큰 소리를 치며 주막으로 들어섰다. 나이 쉰이나 넘었을까? 조금은 늙은티가 나는 주모가 문구멍으로 내다보고 있다가, 하이고, 정사령님 오시요, 하며 쫓아나왔다.

"잘 있었는가? 주모. 방뎅이가 오동통해진 것얼 본깨, 요분질깨나 헌 모양일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 어미뻘이나 되는 주모한테 벙거지 놈이 함부로 입을 놀렸다.

"정사령 나리가 안 들려주시는디, 요분질 칠 일이 어딨다요? 정사령님 오실날만 손꼽아 기다림서 수절허고 살았소."

"흐흐, 저것이. 이사령 놈헌테 헌 소리럴 나헌테도 똑같이 허네."

벙거지 놈이 픽 웃으며 자리에 걸터 앉았다. 낌새를 보아하니, 두 년놈도 아랫녁을 맞춘 사이가 분명했다. 그러면서도 주모의 행동거지가 곰살맞지 않은 것은 놈의 아랫도리가 부실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사내가 다른 계집을 넘본다든지, 기다림에 지쳐서 고운정이 미운정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한번 구름을 태워준 남정네한테 계집은 다소곳하니, 다정해지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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