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58>창날로 거시기 놈을 툭툭
가루지기 <358>창날로 거시기 놈을 툭툭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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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8>

허참, 이놈이, 하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벙거지가 강쇠 놈을 불끈 일으켜 세웠다.

"알겄다, 이놈아. 손을 풀어줄 수는 없고, 바지는 내려줄 것인깨, 소피나 보그라."

벙거지 놈이 강쇠 놈의 바지 춤을 내려 주었다. 그러자 거시기 놈이 벌떡 일어섰다. 손을 뒤로 묶인 채 서서 소피를 보자 벙거지 놈이 허허허, 이 놈 보게, 손으로 물건도 안 잡고 소피를 보네, 하고 놀랐다.

벙거지 놈의 그런 낌새를 눈치 챈 강쇠 놈이 오줌통을 비우고 돌아서며 말했다.

"연장얼 손으로 잡고 소피를 보는 놈도 사내라고 헐 수 있겄소? 이놈이나 제자리에 넣고 바지춤을 올려주씨요."

강쇠 놈이 의뭉을 떨며 돌아서자 벙거지 놈이 창날로 거시기 놈을 툭툭 쳤다.

"흐따, 그 놈. 가차이서 본깨 생기기도 잘 생겼다. 인월 삼거리 주모년이 환장얼 허게 생겼구나. 이놈얼 보니, 니눔은 어디간들 밥언 안 굶고 살게 생겼구나."

"사고뭉치제요. 그놈만 아니면 어디간들 넘의 집 담 넘을 일 없고, 멍석말이에 동네매 맞을 일언 없을 것이구만요. 사단언 늘 그놈이 부린당깨요."

강쇠 놈이 너스레를 떨며 싱긋 웃자 벙거지 놈이 얼굴을 징그리며 거시기 놈을 제자리에 넣고 바지춤을 올려주었다.

한참을 또 가다가 이번에는 벙거지 놈이 바지춤을 내렸다.

"꼼짝말고 있어. 쪼깨만 몸얼 움직여도 창으로 쑤셔뿐질 것인깨."

벙거지 놈이 한 손으로 창을 잡고, 한 손으로는 바지춤을 내리고 물건을 꺼내 소피를 보고 고개를 돌려 눈으로는 강쇠 놈을 감시하며 말했다.

"걱정허지 마시씨요. 죄가 있어야 도망얼 가던지 말던지 허제요. 씨잘데기 없이 다리품을 파는 것이야 이 놈의 하루일진이 더러워서라고 생각허면 억울헐 것도 없소."

강쇠 놈이 말했다.

그런데 벙거지 놈의 오줌줄기가 언발에 떨어지는 오줌발이었다.

제법 어깨를 들썩이는 걸로 보아 힘을 준다고 주는 모양인데, 오줌줄기가 발등을 적시고, 바지가랭이를 적시는 것이었다.

'하이고, 사내겉지도 않은놈이구만이. 고자가 따로 없구만이.'

강쇠 놈이 침을 퉤 뱉았다. 그러면서 앞을 보니까, 멍석을 서너장 깔아놓은 크기의 바위가 온통 붉은빛이었다.

"먼 바우가 저리 붉다요? 내 이날 평생껏 저런 바우는 또 첨이요."

"피바우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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