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57>나리 나 참말로 싸뿔겄소
가루지기 <357>나리 나 참말로 싸뿔겄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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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7>

"긍깨, 속창아리가 없는 놈이제요. 지놈 땜시 지 주인님이 나리헌테 이렇게 끌려가는디도 계집만 보면 넘정거린당깨요. 이놈새끼 괘씸헌 것얼 생각허면 싹둑 짤라서 개나 쭤뿔면 싶구만요. 나리는 어떠신가요? 주모럴 몇 번이나 죽여주었는가요? 주모가 색얼 겁나게 밝히는 여자든디요. 두번 죽고 한번만 더 죽여돌라고 헌 것얼 보면요. 젊은 계집은 더허고요."

그런 말을 하다보니까 문득 젊은 계집의 진흙구덩이같던 아랫녁이 떠올라 강쇠 놈의 주책없는 놈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주막에서부터 가득히 찼던 오줌보가 터질 것같은 위기감이 왔다. 엉겹결에 창끝으로 옆구리를 찔리고, 무명띠로 손을 묶이는 바람에 오줌통 비우는 일을 잊어먹은 것이었다.

강쇠 놈이 어기적거리며 걷자 벙거지 놈이 물었다.

"왜 그러냐? 갑자기."

"갑재기가 아니구만요. 아까부터 소피가 마려웠구만요. 나리, 제발 적선에 이놈 조깨만 살려주씨요. 이대로 가다가는 오줌깨가 터지겄소."

"오줌깨가?"

"시방 이놈이 질금질금 싸고 있구만요. 지발 손 좀 풀어주씨요."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수작얼 부리고 있네. 머? 손얼 풀어 줘? 내가 너겉은 놈덜헌테 한 두번 당헌 줄 알아? 똥이 마렵다, 소피가 마렵다해서, 오라를 풀어주면 냅다 도망얼 간 놈이 한 둘인 줄 알아? 옷에다 그냥 싸그라."

벙거지 놈이 실실 웃었다.

"흐따, 나리도. 이놈이 목심얼 걸고 맹세럴 디리겄구만요. 절대로 안 도망 갈 것인깨, 손 좀 풀어주씨요. 나리가 창으로 이놈의 옆구리럴 딱허니, 겨누고 있으면 안 되요이."

강쇠 놈이 울상으로 돌아보았지만, 벙거지 놈이 태평스런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하이고, 나리. 나 참말로 싸뿔겄소."

강쇠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못 일어나냐?"

벙거지 놈이 발길질을 하며 고함쳤다.

"못 일어나겄구만요. 쥑일라면 쥑이씨요. 나리가 이놈헌테 소피를 보게해주겄다고 약조럴 허기 전에넌 안 일어날랑구만요."

"허허허, 이놈 보게. 아조 배짱이네."

벙거지 놈이 하늘을 향해 흐 웃었다.

"오줌깨가 터져 죽으나 창으로 찔려 죽으나 죽기넌 매일반인깨, 그리 알고 나리 맴대로 죽이씨요."

강쇠 놈이 아예 바닥에 옆으로 드러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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