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 확률의 법칙
우연의 일치? 확률의 법칙
  • 김인수
  • 승인 2012.10.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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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 뜻은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전화를 받던 친구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가 하면 세상의 모든 돈을 다 거머쥔 것처럼 떵떵거리며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쪽박을 차게 되었다는 말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두고 우연이라고도 하고 종교인들은 신의 섭리로 치부하기도 한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인가? 수학자들은 이 우연에 도전하기 시작하여 우연으로 보이는 것에서 법칙을 찾아내는 일을 하였고, 이 분야를 연구한 영역이 이른바 확률의 법칙을 알아내는 일이다.

우연의 일치가 의외로 빈번하다는 사실은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지낸 링컨과 44대 대통령을 지낸 케네디의 유사성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의원당선이 1846년과 1946년으로 정확히 100년 차이가 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년도 역시 1860년과 1960년으로 100년 차이가 난다. 또한, 두 대통령을 암살한 브스와 오스왈드의 생일도 1838년과 1938년으로 100년 차이가 나고 암살자들도 역시 재판받기 전에 두 사람이 암살된다. 그리고 대통령을 암살한 후 두 사람은 모두 극장으로 도망을 갔으며, 암살한 요일은 똑같이 금요일이고 두 대통령 옆에는 영부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후임 대통령의 이름은 둘 다 존슨이며 1808년과 1908년생이다. 링컨의 비서는 케네디라는 성을 가졌고, 케네디의 비서는 링컨이라는 성을 가졌다. 그리고 둘 다 남부 사람에 의해서 저격되었고, 남부 출신 사람이 각각 두 사람의 다음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은 죽기 일 주일 전 Marylyn(마릴린)의 Monroe(먼로)라는 곳에 있었고. 케네디는 죽기 일 주일 전 영화배우 Marilyn Monroe(마릴린 먼로)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신의 장난인가? 하며 아리송해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서로 다른 주소가 적힌 1000통의 편지 봉투와 그 주소에 사는 사람의 이름이 적힌 1000개의 편지를 완전히 뒤섞고 눈을 감고 하나의 편지와 편지 봉투를 집어보면 그 둘의 주소와 이름이 같은 것이 집어질 수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그 둘은 엇갈린 주소와 이름을 가진 편지봉투와 편지를 집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판단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도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다. 편지의 이름과 같은 주소를 가진 봉투를 집을 확률은 무려 60% 이상을 넘는다. 그야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확률의 아이러니이다.

‘당신의 생일은 언제입니까?’ ‘예 제 생일은 8월 7일입니다’ ‘그래요? 제 생일도 8월 7일인데요!’ 이처럼 우리는 가끔 나와 생일이 똑같은 날짜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같은 생일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생일이 같은 사람이 적어도 한 쌍이라도 나오게 하려면 최소한 몇 명의 사람을 모아야 할까? 이 문제는 확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기초적인 질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적지 않은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 1년이 265일이니 몇 월뿐 아니라 며칠까지도 다르지 않는 쌍이 나오게 하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절반 정도인 180명 이상은 모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40명만 모여도 같은 날짜에 생일이 나올 확률은 90%가 넘는다. 언뜻 생각하면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명명백백히 입증되고 검증된 수학적인 사실이다.

실제로 유치원이나 학교나 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모여 놓고 생일을 써내라 해서 조사해 보면 그 높은 가능성에 놀랄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급이나 사무실에서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까 없을까 라는 내기를 하면 당연히 있다는 쪽에 승부를 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인원수가 60명이 되면 생일이 같은 사람이 나올 확률은 100%에 아주 가까워진다. 즉, 60명 이상이 모이면 생일이 같은 사람이 최소한 한 쌍은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란 말 그대로 예기치 않게, 즉 흔치 않게 발발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 보다시피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연의 일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외로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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