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56>하루밤에 다섯 번이나...
가루지기 <356>하루밤에 다섯 번이나...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4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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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6>

"이 벙거지 놈이 내 물건에 놀란 까닭이 따로 있었구만이. 밤일얼 베면히 못허면 계집의 눈빛이 저러까이. 어쩌면 문전에서만 깔짝거리다가 코럴 풀고 말란지도 모르제.'

그런 생각을 한 강쇠 놈이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계집을 향해 아랫녁을 깝죽거리면서 입술을 조금만 벌리고 벙긋 웃었다.

계집이 눈길을 제 서방놈에게 돌리고 말했다.

"얼굴 본지 오래요? 두 달만이요? 석달 만이요? 언제 왔었소? 보름만에 왔으면 집부터 안 오고 어디럴 갔었소? 또 삼거리 주막에 주모년을 만내러 갔었소?"

"임자부터 만낼라고 했는디, 이놈얼 잡아가니라고."

"그 사람이 누군디요?"

"천하의 잡놈이구만. 하룻 저녁에 두 계집이나 잡아묵고, 돈도 ?고, 밭문서도 ?은 순전히 도체기겉은 놈이랑깨. 미안허구만. 인월에 모처럼 와서 임자럴 품어주도 못허고 가서."

"품어주나 마나. 언제 올라요?"

"모르제, 언제 올랑가?"

"운봉이나 인월이나 주모년덜 아랫녁만 파주지 말고, 내 껏도 좀 파주씨요. 넘의 밭에 씨부려야 내 곡석 안되요이."

"알겄구만, 알겄어. 담에넌 짚이짚이 파주께."

"흐흐. 연장이 온전해야 짚이 파든지 말든지하지."

"썩을 놈의 예편네겉으니라고."

벙거지 놈이 이맛살을 찌푸리다가 느닷없이 강쇠놈한테 발길질을 했다.

"가자, 이놈아."

강쇠 놈이 채인 엉덩이를 풀썩 들어올리며 서너걸음 뛰다시피 걸어갔다. 벙거지 놈이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삼거리 주막의 주모허고 젊은 계집이 여간 아니든디요. 사내깨나 잡아묵었겄든디요."

한참을 걷다가 강쇠 놈이 넌즈시 입을 열었다.

"사내럴 잡아 묵어?"

"엊저녁에 지가 그랬거든요. 구름을 두 번씩이나 태와 줬는디, 한번만 더 태와돌라고 애걸얼 허드랑깨요. 거시기 놈이 비록 내껏이제만, 하루밤에 다섯 번이나 일얼시키기가 그래서 그만 두었십니다만."

"한 계집에 두번씩이면, 네번이나 했다는 말이냐? 아까막시도 본깨 탱탱허니, 고개를 쳐들고 있든디, 네 번이나 했는디도 담날 바로 살아났다는 말이냐?"

벙거지 놈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흐따, 알고본깨 요놈새끼가 고추잠지구만. 얼라만헌 고추잠지구만. 히히, 긍깨 내껏얼 보고 뿔따구가 났었는갑구만.'

강쇠 놈이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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