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마이더스의 손?
경제민주화는 마이더스의 손?
  • 최낙관
  • 승인 2012.10.24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로 집약되고 있다. 말 그대로 화두이다. 화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일종의 지름길이자 과제로 말이 아닌 본질에 대한 탐구를 본질로 삼고 있다. 화두는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는 조직과 단체들은 온통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수단이자 목적이라고 말하며 자신들만이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화두인 만큼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폭과 수위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예컨대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에 관한 것이기도 하며 복지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나아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한 토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경제민주화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공감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처럼 다양하게 논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를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그 내용을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대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구조조정, 민영화, 대량해고, 정리해고 등을 수단으로 다수의 국민들을 성장의 제물로 삼은 우리 사회의 허약한 경제민주화 현주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즉 사회의 주변인으로 전락한 사회적 약자와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표명으로 국민적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아마도 경제민주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좀 더 숙고해 보면, 과연 경제민주화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와 어려움이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저출산·고령화, 워킹푸어, 장년층의 생계형 자영업 급증, 물가 폭등과 같은 문제들이 경제민주화로 과연 어느 정도까지 해결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경제민주화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필수조건은 오히려 정치민주화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정치민주화가 군부독재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게 했던 혁명적 가치였음에 부인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 사회에 정치민주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눈을 들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면 정당구조는 여전히 비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 또한 과두적으로 집중되어 있고 아울러 과도한 특권 또한 여전하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다. 탈특권적이고 분권적인 정치민주화가 중요한 이유는 정치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아가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정치민주화가 기능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곳에서 경제민주화는 꽃필 수 없다. 정치민주화가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지 못하는 곳에서 정부실패와 정책실패로 인한 국민들의 복지손실은 가시화될 수밖에 없다. 정치민주화의 수준이 낮은 곳에서 정부는 건강한 시장경제를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에서의 정경유착을 조장하기도 한다. 바꾸어 말하면 정부관료, 정치가 그리고 이익집단 사이에는 모정의 거래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각종 인·허가 비리나 특혜시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상호 공생관계 속에서 기업집단들은 정치적 의사결정에 압력을 행사하여 지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행위는 국가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경제적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행위를 확대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정치민주화 수준이 낮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와 국가는 공정한 경쟁구조를 정착시키기보다는 그 반대로 특권과 특혜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경제민주화는 복지국가로 향하는 징검다리로 규정할 수 있다. 그 징검다리가 폭우와 홍수로 유실되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토양이 바로 정치민주화이다. 이런 의미에서 복지국가로 향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마차는 정치민주화가 이루어진 민주주의와 경제민주화가 살아 숨 쉬는 시장경제가 두 개의 바퀴가 되어 구동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왜곡되는 곳에서 복지는 더 이상 없다. 우리가 진정 손에 잡을 수 있는 복지국가를 원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과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에 우리의 한 표를 행사해야만 한다. 우리 모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 3섹터의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강도 높은 후보자 검증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더욱 밀도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 모두는 중요한 역사적 시험대 위해 서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