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촌문학상 부활을 기대하며
백양촌문학상 부활을 기대하며
  • 장세진
  • 승인 2012.10.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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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백양촌 신근(1916~2003) 추모음악회 소식을 신문에서 보았다. 추모음악회는 예술기획 예루가 주관했다. 추모음악회는 작곡가인 김광순 전주대 교수가 백양촌이 남긴 주옥 같은 시편들과 심재기(전주문인협회장)시인의 추모시에 곡을 붙여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 보름쯤 후 있은 전라북도문학관 개관식에서도 백양촌은 회자되었다. 백양촌은 신석정 · 서정주 · 이병기 들과 함께 전시실 한쪽을 오롯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있었다’가 아니라 계속 있게 된다. 전라북도문학관 개관으로 전북도민, 나아가 전 국민에게 영구히 있게된 것이다.

그렇듯 백양촌 소식을 접하고 보니 이제는 잊혀진 ‘백양촌문학상’이 떠오른다. 백양촌문학상은 1989년 황길현(작고) · 허소라 시인을 첫 수상자로 배출한 이래 2005년 17회까지 계속되었다. 한 해에 2명씩 모두 3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어떤 영문인지 2006년부터 중단되어버렸다.

34명의 수상자 면면을 보면 작고문인도 있지만, 도내에서 활동하는 시인, 수필가들이다. 수상자들이 그 어떤 상보다 백양촌문학상 수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기뻐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마도 상금 300만 원보다 우리 지역 출신 작가의 업적을 기리는 시상이기 때문 그런 게 아닌가싶다.

어느 핸가는 고위 공직에 있던 백양촌 아들(신건 전 국회의원)이 공무로 늦었다며 수상자와 하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던 일도 있었다. 그런 단상들이 벌써 까마득한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마침 깊어가는 가을이라 그런지도 모를 일이지만, 백양촌문학상 폐지가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다.

하긴 백양촌문학상뿐이 아니다. 고 하희주 시인을 기리던 모악문학상이 2002년을 끝으로 없어져버렸다. 표현문학상은 2003년 시상 후 중단되었다. 풍남문학상과 전북문화상은 각각 전주시예술상,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지만, 상금이 없는 무늬뿐인 상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 이다.

특히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은 2000년부터 10년 넘게 문인 수상자가 없다. 2007년 양규태 수필가가 유일하다. 엊그제 발표한 제19회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수상자 8명 중 문화예술 분야는 사진작가가 차지했다. 전북도청 시행 상이라는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라 생각된다.

상금이 없는 등 문학쪽 지원자가 없거나 있어도 타 분야 업적에 비해 함량미달 따위 그 속내를 자세히 알 수야 없지만, 도내에는 도민 앞에 내세울만한 자랑스러운 문인이 해마다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도내 문인 수는 다른 장르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그들이 죄 ‘오합지졸’들이란 말인가?

그 외 신곡문학상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느 기업이 후원하는 전북예술상은 2010년부터 ‘전북예총하림예술상’이 되어 상업적 냄새를 풍긴다는 점에서 마뜩치 않아 보인다. 그러고 보면 목정문화상과 전북문학상만이 도내 상일 뿐이다.

아, 하나 더 있다. 지난 5월 처음 시상식이 열렸던 ‘전북해양문학상’과 ‘중산시문학상’이 그것이다. 이들 상은 전북문인협회가 주관하며 도내 모든 문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상들과 성격이 다르다. 일부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실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작촌문학상, 전북여류문학상, 전북시인상 등이 얼른 떠오르는 상들이다.

그러니까, 문학상은 많아도 도내 모든 문인을 대상으로 한 상다운 상은 없는 것이다. 이제 백양촌문학상 부활의 당위성은 드러난 셈이다. 모르긴 해도 지난 몇 년간은 고인의 아들이 ‘신건 국회의원’으로 있어 뜻은 있어도 실행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그런 구애는 받지 않게 되었음을 환기하고 싶다.

끝으로 백양촌문학상 부활에 기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고인의 생전 문학활동에 맞추는 시상 범위, 그러니까 시인 · 수필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점이다. 어느 장르에서든 남이 공감할만한 업적을 쌓은 도내 모든 문인이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전북을 대표하는 백양촌문학상으로 우뚝 설 것이다.

장세진(군산여상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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