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54>이놈의 연장을 못 쓰게...
가루지기 <354>이놈의 연장을 못 쓰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3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대물의 수난 <4>

 

"이놈이, 이놈이 죄럴 지었단 말이제?"

벙거지 사내가 중얼거리며 거시기 놈을 또 주물럭거렸다. 그러자 거시기 놈이 기가 팍 죽어 고개를 숙였다. 제 놈을 가지고 노는 손이 종자가 다른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이놈은 뒈져도 크구만이."

벙거지 사내가 부러움 반, 질투반을 섞어 중얼거렸다.

"흐따, 닳아지요. 그만 만지씨요. 백날 거시기해봐야 거시기도 못헐 거시긴디, 주물럭대서 멋헌다요?"

강쇠 놈이 이번에는 우악스레 벙거지 놈의 손을 빼냈다.

"암튼지, 가자."

벙거지 놈이 창끝을 등에 들이댔다.

"어디로 간다요?"

"어디로 가긴, 이놈아. 운봉 관아로 가제."

"거그넌 지가 멋땜시 간다요? 보따리 땜이라면 돌려주겄소.

그까짓 내기럴 안했다고 치면 되제요. 헛품 팔았다고 치면 되제요."

"죄가 있고, 없고넌 가서 따져보면 알 일이고, 어서 앞장얼 스그라."

"하이고, 나리. 당최 왜 이러시는지럴 모르겄소. 아까막시도 말했다시피 나넌 죄가 없당깨요. 두 아짐씨덜이 허자는 내기럴 헌 것 백이 없당깨요."

강쇠 놈이 마당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무래도 안 되겄구만. 이놈이 첨부터 뻗대는 것얼 뽄깨, 가다가 줄행랑을 칠란지도 모르겄구만. 어이, 주모. 질긴 끄나풀 하나 없는가? 오늘사 말고 내가 오라럴 안 가꼬 왔구만."

""왜 없겄소? 쓰다남은 무명베가 서너자 남짓 있는디, 그것이라도 주까요?"

주모가 너 잘 걸렸다 하는 눈빛으로 강쇠 놈을 돌아보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 제법 두얼발 쯤 되는 무명베를 가지고 왔다.

그걸 받아 든 벙거지가 강쇠 놈의 손을 뒤로 돌려 단단히 묶었다.

"어디 한군데 어장을 내뿌리씨요."

강쇠 놈을 앞세워 사립을 나서는 벙거지한테 주모가 사립까지 따라나와 입을 놀렸다. 저런 상년이, 하는 눈빛으로 돌아보는데 벙거지가 물었다.

"어디럴 어장을 내끄나? 이놈의 연장을 못 쓰게 맹글아 뿌리끄나?

다시는 못 써묵그로?"

"그러든지요. 내 밭얼 갈아본깨, 그 놈이 얼매나 무서운 놈인지 알겄습디다. 조선팔도 계집이란 계집언 다 쥑일 놈입니다."

주모가 고개까지 절레절레 내저었다.

"주모가 단단히 당했는갑구만. 헌디 연장을 못 쓰게 맹글아 뿌리면 이놈의 인생도 끝장이 나는디, 부모 쥑인 웬수도 아닌디, 꼭 그래야 쓰까?"

"어채피 내 밭으 갈아줄 연장도 아닐텐디, 뿌러진들 대수겄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