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53>물건이 커? 얼매나 큰디?
가루지기 <353>물건이 커? 얼매나 큰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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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3>

"머가 말이요?"

계집이 되물었다.

"아, 주모허고 니년이 먼첨 암내럴 풍겼다는 말이."

"이 사내가 좋아서 그랬간디요? 나리도 잘 암서 그딴걸 묻는다요?"

"이놈의 돈보따리가 탐이 나서 수작얼 부렸다는 말이제? 헌디, 멋 땜시 돈얼 백냥이나 뺏기고, 밭문서럴 넴겼냐?"

벙거지는 아무래도 그것이 이상한 모양이었다. 강쇠 놈이 죄 진 놈같지 않게 당당할 뿐만 아니라, 계집의 말대로 강쇠 놈이 돈도 뺏고, 밭문서도 뺏았다면 진즉에 삼십육게 줄행랑을 놓아야하는데, 해가 중천에 오도록 잠을 자고 있었던 것도 이상한 것이었다.

"그것이, 저."

계집이 어물거렸다.

"그것이 어쨌다는 말이여?"

"이 사내 물건이 말도 못허게 크요"

"물건이 커? 얼매나 큰디?"

벙거지 사내가 소리를 불쑥 높였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안방에서 주모가 나오며 씀벅 입을 놀렸다.

"말거시기는 저리가라요."

"말거시기? 그만큼 커?"

눈알을 굴리며 잠시 궁리하던 벙거지 놈이 참말이냐? 하고 물으며 이쪽에서 미처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손을 불쑥 강쇠 놈의 바지춤 사

이로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뜨고 강쇠 놈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엄청난 대물에 놀란 것이 분명했다.

"흐따, 그놈. 쳐묵은 것이 몽땅 여그로만 왔는갑구나."

벙거지 놈이 실컷 잠을 자고 난 뒤끝이라 커질만큼 커진 거시기 놈을 두어번 주물럭거리며 씹듯이 내뱉았다.

그런데 그 순간 강쇠 놈은 벙거지 놈의 눈가에 흐르는 야릇한 웃음을 보았다. 그것은 이쪽을 부러워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 적의의 눈빛이었다. 강쇠 놈이 온 몸에 솟는 소름을 느끼고 벙거지 사내의 손목을 잡고 빼내려고 용을 썼다. 그럴수록 사내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이놈으로, 이 잘 난 놈으로, 니 놈이 잡놈 노릇을 했다는 말이제? 밤을 새워 두 계집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돈이며 밭문서럴 울냈단 말이제?"

"먼 말씸이다요? 이놈언 다만 내기럴 헌 것 백이 없구만요. 그것도 이놈언 싫다고, 싫다고 허는디, 두 아짐씨가 어찌나 졸라서 헐 수 없이 헌 것 백이 없구만요."

"주둥이 닥쳐, 이놈아. 글고본깨, 죄넌 이놈이 지었구만. 이놈이 지 힘만 믿고 죄를 진 것이여."

"그것언 나리 말씸이 백번 옳구만요. 주인인 나넌 안 헐라고 했는디, 그놈이 어찌나 껄떡거리는 통에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찍어 묵어뿌렀는갑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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