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유도하는 어른들
거짓말을 유도하는 어른들
  • 문창룡
  • 승인 2012.10.2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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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나쁘다. 거짓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다. 부모들은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거짓말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벌어지는 상황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그렇다. 

아이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불이익이 오거나 곤란한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부모가 거짓말을 했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거나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함정이 있는 질문은 특히 위험하다. 모든 사람은 함정이 있는 질문을 싫어한다. 이러한 질문은 창피함을 감수하면서 사실대로 말해야 하거나 염치를 불구하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 부모의 질문에 함정이 있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는데 벌을 받고 거짓말을 했는데 칭찬을 받는다면 다음부터 아이가 어떻게 말하겠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모들은 듣기 좋은 말을 원하고 있다. 듣기 좋은 말은 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아이는 내 느낌을 말하지 말고 부모님이 듣기 좋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말이 거짓말이래도.

진실을 말했는데 부모에게 야단을 맞는 경우도 있다. 이때 아이들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기를 미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거짓말을 잘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마음속에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알았다면 거짓말속에 담긴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해주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거짓말을 성숙하게 대응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부모가 “뻥 치시네” “그걸 말이라고 해” “너의 거짓말이 싫어”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아이는 이제 그 거짓말조차도 부모에게 하지 않는다. 다음은 뻔하다. 대화가 단절된다.

아이의 거짓말에 대응하는 방법은 명쾌하다. 재판관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 너의 거짓말을 다 알고 있으니 어서 사실대로 말하라는 식의 태도도 안 된다. “선생님에게 들었어. 친구와 많이 다투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널 도와줄 지 걱정이란다. 엄마가 무엇을 도와줄까?”와 같이 망설이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면 된다. “왜, 또 싸웠어?, 말해봐? 이번엔 또 무엇 때문이야? 너는 항상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야”라고 말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왜, 또 싸웠어?”란 말에 “안 싸웠어요.”라고 말 할 것이고 “말해 봐?“란 질문에 ”아무 일도 없었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부모의 질문이 잘못된 것이다. 아이가 거짓말로 자기를 합리화하거나 방어하려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 어디를 봐도 부모가 거짓말할 기회를 아이에게 만들어주는 모양새이다. 사실에 근거해서 현실적이면서도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부모에게 아이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왜?”라고 묻는 것이 창의력 신장에 좋을지 몰라도 아이와의 건강한 감정교류에는 좋은 방법은 아니다. “왜 그랬니?”란 말은 부모님이 날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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