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 희망인가? 배신인가?
대선 - 희망인가? 배신인가?
  • 김우영
  • 승인 2012.10.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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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우리에게는 세 명의 대선 후보가 눈에 들어 와 있다. 물론 다른 후보들도 출사표를 던지고 열심히 표밭을 갈고 있기 때문에 세 후보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은 미안한 처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표 여야 정당의 공식 후보로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부각은 예견된 것이지만,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속적인 강세는 새로운 현상이다.

역대의 대선에서 세 후보가 이렇게 3각 구도를 이룬 적은 없었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전개될 대선 과정의 불확실성이 지금보다 높았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최종적인 대선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자신 있게 말하는 시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쯤 각 대선 후보 간 정책을 통한 대결이 격화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아직도 각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이 정립되어 있다고 보기 힘든 이상한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단지 후보 지지 세력의 이합집산이 오히려 이슈화되는 것 같아 아쉽다.

더 기다려서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한다면, 그래도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 그리고 실천의지를 일차적으로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에 대한 판단은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를 담아낼 후보의 정책과 실천의지에 대해서 우리는 냉정한 관찰을 해야 한다. 우리는 후보에게서 우리 사회의 고민이 무엇인가를 판단해 내고 그러한 고민의 해결을 위한 방안과 실천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고민의 배경은 절망과 불안이다. 우리는 항상 더 나은 현실을 꿈꾼다. 그러나 더 나은 현실은 불가능하지 않은지 많은 사람은 생각한다. 빈부의 세습과 기회의 불평등의 심화로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은 과거에는 익숙하였지만, 지금은 인정되기 힘든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고도 경제 성장 역시 다시 경험할 수 없는 현상이며, 저성장, 마이너스 성장의 공포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해서 우리는 낙관하지 못하며, 계속해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노후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불안하다.

우리 사회에 확산하고 있는 절망과 불안을 걷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과 공약을 제시할 수 있다면 적어도, 우리 시대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고민은 대체로 사회적 가치 결여가 심화하는 것과 관계 있다. 좋은 사회의 가치 기준에 대해서 미국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 교수는 공정성, 효율성, 안정성을 말하고 있다. 특히 공정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들고 있다. 우리 시대의 현상들은 사회적 공정성과 효율성, 안정성이 저하되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시민들의 절망과 불안을 완화하는 것은 앞으로 선택될 대선 후보가 수행해야 할 과제이다. 시민들은 선택에서 아마도 어느 후보가 사회적 공정성과 효율성, 안정성을 함양할 수 있는지를 고려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이 어떻게 정책과 공약에 담겨 있는지를 그리고 실천의지가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치들에 대해서 우선순위가 매겨 진다 하더라도 어느 것도 소홀히 될 수는 없다. 시민들의 기대는 시민들의 절망과 불안을 잠재울 모든 것이 가능한 슈퍼 능력을 가진 후보의 등장일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러했듯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대선이 끝난 후 수년이 지나면 항상 당선 후보를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선택권을 행사하더라도, 결과하는 것은 배신감일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대선 후보에게 거는 것은 개인주의,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합리한 선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개인의 인생을 압도하는 사회시스템의 변화가 희망의 불씨라고 한다면, 대선 후보의 선택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개인 간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절망과 불안에 빠진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그래도 5년마다 한번 씩 희망의 불씨를 기대하게 하는 대선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5년마다의 대선이 없다면, 시민들의 좌절감은 도를 넘어 아마 폭발할지도 모른다. 수년이 지나면 시민들은 다시 손가락을 자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지라도, 다음 대선에서 슈퍼 능력을 가진 후보를 고대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절망과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배신이 아닌 희망을 키워갈 진정성 있는 후보는 누구인가?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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