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52>치매럴 벗고 뎀벼들었어?
가루지기 <352>치매럴 벗고 뎀벼들었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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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2>

"흐따, 그놈. 똥배짱 하나 두둑헌갑만이. 야이, 호로 새끼야, 얼렁 못 일어나냐?'

사내가 호통을 치면서 창끝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누구시다요?"

강쇠 놈이 그제야 잠이 깬듯 눈을 뜨고 부시시 일어나 앉았다. 벙거지 모자를 쓴 사내 놈이 창끝을 가슴을 향해 들이댔다.

"흐따, 죄 없는 사람헌테 이것이 먼 짓이다요?"

강쇠 놈이 불퉁거리자 벙거지 모자를 쓴 놈이 창끝을 눈 앞으로 불쑥 밀었다.

"얼렁 못 나와? 애꾸럴 맹글아 뿌릴라."

"아, 사령이면 다요? 죄없는 사람헌테 참말로 왜 이런다요?"

겁을 주느라 그렇지 설마 제 놈이 사람을 무작정 창으로 찌르기야할까, 생각하며 강쇠 놈이 의뭉을 한번 더 떨며 몸을 일으켰다.

"이것언 내 껏인깨, 내가 가질라요."

강쇠 놈이 문지방에 걸터 앉아 집세기를 꿰어 신는데, 계집이 매가 병아리 새끼를 채가듯이 보따리를 채갔다.

'요런 싹둥머리 없는 년 좀보소이. 한번만 더 죽여돌람서 치매벗고 뎁벼든 것이 누군디, 안면얼 싹 바꾸네이.'

강쇠 놈이 눈을 부릎뜨며 계집이 가슴에 품고 있는 보따리를 향해 손을 내미는데, 이번에는 창끝이 배꼽 위를 겨냥했다.

"니놈이 참말로 배때지에 구녕이 나고 싶은갑만."

"아이고, 아프요. 살살 찌르씨요. 안 도망갈라요. 송사란 것이 원래 양쪽 말얼 다 들어봐야허는 것이 아니요? 내가 죄라면 주모아짐씨허고 이년의 꾐에 넘어가 연장 한번 잘못 써묵은 것 빽이 없는디, 아, 나리라면 치매벗고 뎀벼드는 계집얼 가만놔두겄소?"

강쇠 놈이 마당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내뱉았다.

"치매럴 벗고 뎀벼들었어? 니눔이 먼첨 깔아뭉갠 것이 아니고?"

벙거지 사내가 물었다.

"이놈이 비록 천하잡놈이라는 소리는 듣고 살아도, 내 쪽에서 먼첨 게집헌테 넘정거린 일언 없소.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언 없소."

"계집덜이 먼첨 뎀볐단 말이제?"

벙거지 사내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렇당깨요. 가만히 있어도 계집덜이 냄새럴 맡고 뎀비는디, 멋 땜시 내 쪽에서 수고럴 헌다요? 나리도 같은 사낸깨, 두 번도 말고 한 번만 생각얼 해보씨요. 그것이 임자가 따로 있는 계집이 아닐진대, 어떤 병신 알짜리겉은 놈이 저 좋다고 달려드는 게집헌테 무심헐 수가 있겄소."

강쇠 놈의 말에 벙거지 사내가 참말이냐? 하고 계집한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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