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351>이런 씨부랄 년덜얼 내가...
가루지기<351>이런 씨부랄 년덜얼 내가...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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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1>

'이런 씨부랄 년덜얼 내가 가만두면 사람종자가 아니구먼.'

운봉주막의 주머년에게 내리 사흘간을 품삯도 못 받는 품일을 하느라 생고생을 한 강쇠 놈이 입술을 깨물면서 인월 쪽으로 걸어갔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가 득득 갈리도록 약이 오른 것이었다. 잘못이라면 인월주막의 두 계집년을 사지가 녹신녹신하도록 죽여 준 것 밖에 없었다. 처음 시작이야 함양 마천 산다는 조선비의 한양길 노자돈을 찾아준다는 핑게였지만, 나중에는 금가락지를 탐낸 계집년들의 수작에 못 이긴듯이, 속아 넘어가 주는 듯이, 몸 한 번 풀어준 것이 죄라면 죄였다. 그것이 돈 백냥으로 불어났고, 나중에는 욕심이 목구멍까지 차 오른 주모년의 꼬드김에 속는듯이, 안 속는듯이 구름 두어번 태워준 것이 어리석다면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날 아침 강쇠 놈이 잠에서 깨어난 것은 잠을 실컷 잤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문 밖에서 들려오는 수상한 인기척 때문이었다.

"으떤 놈이여? 으떤 놈이 니년얼 이리 맹글아 놓은겨?"

좀은 뻐기는듯한 사내의 목소리에 강쇠 놈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방웃목의 보따리부터 가슴에 품었다. 여차하면 그걸 들고 튈 요량이었다.

"생판 모르는 사내였구만요. 화주 한 병 마시드니, 다짜고짜 이년얼 깔아뭉개고, 이년이 어찌어찌 정신을 놓는 통에 돈 백냥꺼정 강탈해 갔구만요."

"돈얼 백냥이나?"

사내가 놀라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뿐이간디요? 주모 아짐씨는 밭문서꺼정 털렸구만요."

"주모꺼정?"

"그랬당깨요."

"맥없이 ?겼단 말이여? 돈 백냥허고, 밭문서럴 저 놈이 강탈했단 말이여?"

"맥없이는 아니제만, 암튼지 강탈얼 해갔당깨요."

"이것이 먼 야료랴? 멋인가 쪼개 이상헌디? 넘의 재물얼 강탈헌 놈이 배따지 내놓고 잠만 드릉드릉 자는 것도 그렇고, 주모나 니 년이나 눈알꺼정 누리끼리헌 것이 히말때기가 하나도 없어보이기는 헌디, 그렇다고 겉으로 드러나게 어혈이 진 것도

아니고."

"속으로 들었제요, 속으로. 암튼지 이년얼 생각해서라도 내 돈 좀 찾아주씨요. 돈 백냥을 벌라면 내가 사내덜얼 몇 놈이나 배우에 태워야헌지 아요? 피겉은 내 돈이요. 살겉은 내돈이랑깨요."

"알았다. 내가 돈도 찾아주고, 주모의 밭문서도 찾아주마."

사내가 말끝에 문을 벌컥 열었다. 이미 도망갈 기회를 놓친 강쇠 놈이 도로 제 자리에 누워 코를 드릉드릉 고는 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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