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역설과 풍자
강남스타일의 역설과 풍자
  • 양병호
  • 승인 2012.10.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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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강남 스타일, 요즘 방송과 일상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니 한국을 넘어 지구촌 전역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 부르고 춤추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패러디를 통한 재생산의 열풍까지 불고 있다. 심지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4억 뷰를 넘어섰다고까지 한다.

그리하여 이 노래의 세계적 반응에 대해 놀라움과 경탄을 넘어 대중문화의 세계적 방향성과 수용성에 관한 진단과 분석이 행해지고 있다. 나아가 한류의 정체성과 지향성에 관한 탐구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노래 혹은 동영상이 인종 국적 성별 계층을 막론하고 각광받고 있는 원인에 대한 탐색 역시 이러한 분석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우선 일명 ‘말춤’으로 불리는 이 노래의 지배소인 춤부터 살펴보자. 단순하고 경쾌한 춤사위가 반복되는 말춤은 따라하기 쉬울 뿐더러 ‘뜀’을 향한 원초적 동물 본능을 자극한다. 문명이 가져다준 다양한 탈것의 발명은 인간에게서 공간 이동의 자발적 운동 능력을 앗아갔다. 현대인들은 잃어버린 ‘뜀’의 향수를 마라톤 아니면 조깅으로 달래고 있다. 이러한 달리기는 인위적이며 의식적인 결심과 각오를 동반한다. 그런데 ‘말춤’은 매급시 흥겹다. 노래를 부르며 추기 때문에 유흥 혹은 오락의 즐거움을 덧붙인다. 나아가 ‘말춤’은 저 푸른 초원을 향하여 내달리던 원초적 싱그러움, 자유의 환상, 방랑의 향수를 복합적으로 자극한다. 여기서 현대인들의 문명과 자연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역설과 풍자가 발생한다.

다음으로 <강남 스타일>이라는 제목을 보자. 한국에서 ‘세종로’가 정치의 1번지라는 상징어로 쓰이듯, ‘강남’은 문화와 부유를 상징하는 장소 상징어로 사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강남’은 첨단, 현대, 풍요, 세련, 중심의 속성을 지닌 공간이다. 여기에 ‘스타일’은 어느 일정한 시대에 나타나는 독특한 양식이나 유파를 말한다. 예컨대 ‘강남 스타일’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중심 속성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른 ‘싸이’는 ‘강남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즉 노래 생산자와 노래 속 인물은 부조화를 이룬다. 또한, 노래 소비자 역시 ‘강남 스타일’을 지향 추구하는 분파와 질시 비아냥거리는 분파로 나뉜다. 여기서 역설 혹은 해학의 미학이 발생한다.

또한, 이 노래의 가사를 보자.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나는 사나이/ 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 이 가사의 키워드는 ‘인간적인, 품격, 뜨거워지는, 반전, 따사로운, 터져버리는, 여자, 남자’이다. 즉 여자와 남자의 성격/스타일이 제시되고 있다. 여자는 낮에는 인간적이며 밤에는 열정적인 품격의 반전을 지녀야 하고, 남자 역시 낮에는 인간적이며 밤에는 열정적인 스타일을 지녀야 한다. 이는 현대의 여자와 남자에게 결핍된 열정과 휴머니즘에 대한 역설과 풍자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노래 혹은 가수가 환기하는 복합적인 속성/스타일을 보자. 우선 이 노래 혹은 동영상은 유머러스하고 코믹한 이미지로 점철되어 있다. 이는 노골적인 솔직함의 분위기에 근거한다.

말하자면 겉으로 ‘강남스타일’의 포즈나 제스처를 취하지만 속으로는 이를 배반한다. 이 배반의 태도가 지극히 솔직하고 당당하다. 이는 한편으로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와 엄숙주의에 대한 발랄하고 거침없는 도발로 보인다. 나아가 익숙한 기존의 관념, 가사, 행위, 댄스에 대해 은밀한 전복을 노리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러한 태도는 ‘한류’를 의식적으로 내세우는 기존 음악과 배치된다. 자연스럽게 국제적 보편성의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 주술적인 단순반복 스타일의 리듬 역시 복합적인 현대를 간명하게 요약한 역설과 풍자로 기능을 한다. 세분화된 구별로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현대문화에 단순하고 솔직한 노골성으로 말춤을 추며 내달리는 ‘강남스타일’을 매급시 즐겨보자.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위두어령성 아흐 다롱디리.

양병호<시인/전북대 인문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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