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전북, 언제까지 변방으로 몰릴텐가
예향 전북, 언제까지 변방으로 몰릴텐가
  • 김미진기자
  • 승인 2012.10.18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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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심화교육과정으로 부산을 방문하면서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다.

어느 시장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있게 마련. 그러나 이건 해도 너무한다 싶다.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 등 타 지역에서 활동 중인 문화부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삶의 터전인 전북 문화예술판이 너무도 작아진 모양새에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야말로 요새 유행하는 ‘정여사’ 버전으로 “없어도 너무 없어, 바꿔죠!”라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온다.

국내에서 첫 영화제 개최라는 헤게모니를 잡으면서 ‘영화의전당’이라는 으리으리한 전용관을 가지게 된 부산. 국비와 시비 1,678억 원이 들어간 이 공간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용관 역할을 하기 위해 건립한 공간이다. 이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자치단체의 리더와 시민, 지역여론 등이 10년여에 걸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수 년전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 논의들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다.

더욱이 전북을 대표할 만한 국제 문화행사 하나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 기자를 씁쓸하게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세계대백제전 등 전국 지자체의 블록버스터급 행사에 치여 전북은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영화·영상 등 어느 것 하나 내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헤게모니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정부의 쥐꼬리 지원에도 한숨만 나올 뿐이다.

모름지기 문화예술이란 돈이 돈을 부르고, 있는 곳에 쏠리기 마련이다. 뮤지컬 등 대형 공연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지역의 소극장 연극이나 공연 같은 경우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장기간 세계경기 침체로 문화예술분야에 풀리는 공적자금에 한계가 있다 보니 쏠림현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인 해석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문화예산에 대한 지적도 수없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새로운 수장이 자리할 때마다 계층, 지역, 장르간 문화예술의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문화소외지역에 단비를 내리겠노라 공헌했었다. 하지만, 그 또한 헛구호인 적이 한 두 번 아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지역문화를 키우는 일의 중요성이다. 어려운 지역경제사정 등의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예향 전북’이라는 껍데기를 둘러쓰고 안주하고 있을 때 타 지역들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었다. 전북이 ‘예향’이라는 과거의 추억과 향수에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젠 이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예술정책이 곳곳에서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도와 시·군, 정치권, 문화예술인 등 관계기관의 인식전환이 절실한 때다.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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