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47>덕쇠가 멋땜시 객사럴 했겄냐
가루지기 <347>덕쇠가 멋땜시 객사럴 했겄냐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18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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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84>

"어디 천리 뿐이겄소? 만리라도 맴만 묵으면 보제요. 시 번 했소?

네 번했소? 그나저나 참 용키도 허요이. 성님이 지키고 있었을 판인디, 그 눈얼 ?이고 아랫녁얼 맞춘 것얼 보면."

옥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고는 수저를 들었다.

"썩을 년, 불공얼 디린다고 방정얼 떨로 가서 애먼 사내럴 잡아 묵은 니년보담언 낫다, 왜? 내가 모를 중 아냐? 덕쇠는 니 년이 잡아 묵은 것이여. 가다가 외진 골에서 찰떡방애럴 찧었겄제. 니 년이 먼첨 꼬리럴 쳤는지, 덕쇠 놈이 슬며시 치마를 올렸는지, 그것언 안 봐서 모르겄다만, 그 일이 아니면 기운이 펄펄허던 덕쇠가 멋땜시 객사럴 했겄냐?"

"멋이요? 이보씨요, 섭섭이 아짐씨. 애먼 사람얼 잡기로 작정얼 허셨소? 아니면 어르신과 붙어묵은 것이 들통이 난깨, 되려 나헌테 뎀테기럴 씌울라고 작정얼 했소?"

옥녀가 성질을 퍼르르 냈다.

"내가 니 년 수작얼 모를 줄 알아? 불공언 무신 불공. 앞길이 구만리겉은 사내 하나럴 잡아 묵은 년이 아덜 낳기럴 바래? 아나, 아덜. 니가 아덜얼 나면 내가 내 손에 장얼 지지겄다."

섭섭이네가 독기를 품어냈다.

"섭섭이네, 참말로 이러실라요? 내가 멋얼 어쩌고 어쨌다고라우?

좋소. 허면 성님얼 불러 한번 물어보끄라우? 눈으로 보도 안 했음서 덕쇠를 죽였느니, 살렸느니, 허는 아짐씨가 옳은가, 아니면 몸얼 정갈허게해야헐 주인 어른얼 꼬셔가꼬 묵정밭에 씨를 받은 부정얼 저지른 아짐씨가 옳은가 한번 물어보끄라우?"

옥녀가 당차게 덤벼들자 섭섭이네가 뒤로 슬그머니 물러섰다.

"그만 두자. 니년허고 나허고 말씨름얼 해봐야 먼 소용이 있겄냐? 글고 주인 어르신언 내가 글라고 해서 근 것이 아니다이. 내가 먼첨 꼬리럴 친 것이 아니다이. 그것도 딱 한번, 니가 불공얼 디린다고 들어 간 이렌가 열흘 후였을 것이니라. 몸이 너무 고단해서 단잠에 빠져있는디, 가슴이 묵직허니 답답해서 눈얼 떠 본깨, 주인 어르신의 거시기가 펄새 지 집에 들어와 턱허니 좌정허고 있는디, 내가 무신수로 물리치겄냐? 억지

로 당했니라, 억지로. 그걸 마님헌테 꼬아바쳐서 좋을 것이 멋이겄냐? 니가 얻는 것언 무엇이며, 주인 어르신의 체면언 또 멋이 되겄냐? 내가 잘못했응깨, 암소리도 말그라. 니가 그래만 준담사 나도 덕쇠 일언 입도 벙긋 안 허마."

섭섭이네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사정했다.

그 쯤에서 옥녀가 물러나기로 작정했다. 이천수와 섭섭이네가 아랫녁을 맞추었다는 것만 알아냈으면 되었지, 새삼 그걸 까발기고 어쩌고 할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합궁을 해도 자식을 갖지 못한 덤테기를 이천수한테 덮어씌울 핑게거리감만 장만해놓으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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