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345>아랫도리가 빳빳이 서서
가루지기<345>아랫도리가 빳빳이 서서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1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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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82>

"엄동설한에 뿌린 씨가 싹이 나는 것얼 보았소?"

옥녀가 흘끔 돌아보며 말했다.

"엄동설한이라니? 시방이 무신 엄동설한이냐? 너 시방 춥냐?"

"씨럴 뿌리는데는 다 때가 있다는 말씸이제요? 그래, 내 말대로 술도 안 잡수고, 계집도 안 품고 그랬소?"

"하먼, 니 말대로 했니라. 묵고 싶은 술도 참고, 아랫도리가 빳빳이 서서 지랄방정얼 떨어도 계집근방에넌 안 갔었니라."

이천수가 큰 소리를 쳤다. 그런데 그 순간 옥녀는 사내의 눈빛이 보일듯 말듯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사내가 감추고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다시 옥녀의 뇌리에서 혹시?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천수가 집 밖으로야 안 나갔다고하지만, 집 안에도 계집은 있었다. 안방마님이야 대를 잇고 싶은 욕심에 부정탈 짓을 안 했겠지만, 섭섭이네라면 이천수의 눈짓 한번으로 치마를 걷어올릴 계집이 아니던가?

"그 말씸이 참말이요?"

옥녀가 물으며 사내의 살몽둥이를 꽉 움켜 쥐었다. 제 주인의 말마따나 스무하루 동안 얌전히 있었는지, 놈은 제법 단단한 몸집을 한 채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너만 바래고 살았니라. 나보다도 그놈이 너럴 그리워했니라."

이천수가 옥녀의 가슴에 손을 집어 넣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거지꼴 허지 마시씨요. 이놈이 나헌테 그요. 다른 년허고 재미넌 볼만큼 봤다고라우. 섭섭이 아줌니허고 몇 번이나 살재미럴 보았소?"

"머, 멋이여? 야가 시방 사람 잡을 소리럴 허고 있네."

이천수가 화들짝 놀라 엉덩이짓으로 저만큼 물러갔다. 그러자 더욱 의심이 생겼으나, 제가 한 행실이 있는지라, 옥녀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수그러들었다.

"말씸대로 몸얼 정갈허게 허셨으면 틀림없이 아덜얼 날 것이구만요. 은대암 주지 스님이 도력이 높으신 분인디, 엊저녁에 불공얼 끝내시고 쎄럴 툭툭 차십디다."

옥녀가 엉뚱한 소리를 지껄였다.

섭섭이네의 말투나, 이천수의 행동거지가 두 년 놈이 아랫녁을 맞춘 것은 분명하고, 그걸 닥달하느니, 차라리 방패막이나 만들어놓자는 속셈이었다.

"주지 시님이 쎄럴 차다니?"

이천수가 물었다.

"시님 말씸이 이 년의 팔자로 보나, 스무 하루동안 디린 정성으로 보나, 틀림없이 아덜얼 얻기넌 허겄는디, 만에 하나 어르신이 내가 불공얼 디리는 동안에 딴 여자럴 넘봤이먼 도로아미 타불이라고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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