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자녀 훈육(2)
올바른 자녀 훈육(2)
  • 문창룡
  • 승인 2012.10.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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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자녀교육을 하면서 이 약속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부모가 먼저 약속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에게 밀려 강요당하듯 한 약속도 마찬가지다.

약속이 가지는 비현실적인 기대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바다 멀리 배를 타고 낚시를 가기로 약속을 했다면 바다는 낚시하기에 가장 알맞은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는 풍랑이 일어 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이는 이러한 사정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가 약속을 어겼다고 불평을 한다. 차라리 풍랑이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수그러들 수도 있겠으나 회사에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이 생겨 낚시를 못 가게 되었다면 부모의 변명은 구차해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시험점수가 오르면 무엇을 사주겠다느니, 동생을 잘 데리고 놀면 무엇을 해주겠다는 약속은 부모 스스로가 부도수표를 찍어내는 것과 같다. 아이에게 좋지 못한 습관만 길러줄 뿐이다. 결과가 훤히 내다보이는 약속을 하고 실망하고 변명하고를 반복하는 가정의 모습에서 일관성이나 상호신뢰를 찾아보기 힘들다.

부모가 무조건 아쉬운 입장이 되면 곤란하다. 그래서 가끔은 침묵이 필요하다. 묵묵히 지켜보면서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하면 된다. 상황에 가장 알맞은 짤막한 한마디가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뿐만 아니다. 부모의 재치 있는 농담이 수천마디의 말보다 효과가 있을 때도 있다. 아이가 피식하고 웃었다면 효과는 곧바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에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드라도 언젠가는 부모의 훌렁한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진다. 훌렁함은 사람의 마음이 쉴 수 있는 빈 곳을 만들어 준다. 욕구 불만을 훌렁함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그는 매우 수준 높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주말이었다. 배탈이 났다고 제 방을 떠나지 않던 아이가 친구의 생일파티에는 기어이 참석했다. 부모는 화가 났지만 참았다. 문제는 월요일에 생겼다. 아이는 배탈이 심해져서 학교에 가지 못하겠다고 했다. 부모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친구 생일파티에 갈 때는 멀쩡하던 배가 왜 하필 학교에 갈 시간에 또 아프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가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아무래도 학교에 가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부모는 “그래, 그렇게 생각했니?” 라고 대답해 주었다. 하마터면 말싸움이 일어나고 부모와 아이가 기분이 몹시 나빠야 할 상황이 벌어질 뻔 했었다.

왜 어제 친구의 생일파티에 갈 때는 아무렇지 않던 배가 학교 갈 때 아프냐고 비아냥대거나 다른 말로 계속 설득했더라면 분명히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것이다. 당치 않은 약속으로 회유하려 했다면 그것은 더욱 어리석었다. 부모의 침묵이 아이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렇다. 부모는 자녀에게 말을 적게 할수록 좋다.

한 차원 넘어 부모가 좀 적극적으로 “아파?” “응” “쉬고 싶어?” “응” “쉬려면 500원!” 개그콘서트의 ‘꽃 거지’에 나오는 대사를 패러디한다면 아이가 '모야?‘하면서 침대에서 진즉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농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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