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42>불공 핑게로 사내 둘만 잡아묵고...
가루지기 <342>불공 핑게로 사내 둘만 잡아묵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1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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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79>

옥녀의 말에 박서방이 가마문을 들춰 주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려던 옥녀가 돌계단 아래까지 배웅을 나온 공양주보살을 돌아보았다.

“애 많이 쓰셨소. 보살님. 은혜넌 안 잊으리다.”

“지가 헌 일이 있간디요. 입에 안 맞는 음석얼 잡수심서 부처님전에 절얼 허시느라. 아씨께서 고생이 많았구만요. 아씨의 정성얼 보시드래도 부처님께서 틀림없이 자석얼 점지해주실 것이구만요.”

“아덜만 나면 이년이 은대암 부처님 전에 쌀얼 열 가마럴 시주헐랑구만요.”

“고마운 말씸이제요. 잘 가시씨요. 스님께서 잡아주신 날짜럴 어기지 마시고라우.”

“여부가 있소. 주지 시님께도 고맙다는 인사말씸얼 여쭈어 주시씨요.”

주지 스님은 아침공양을 마치자마자 옥녀에게 합방할 날짜를 일러주고는 그 길로 출타를 했다. 스님을 배웅하면서도 옥녀가 아덜 자석만 낳으면 은대암부처님께 쌀 열가마를 시주하겠다고 약조를 했었다.

옥녀가 나무패는 사내가 살던 뒷골 쪽을 흘끔 바라보다가 가마에 올랐다.

공양주보살이 두 손을 합장하고 조심해서 가시씨요, 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부처님도 잘 계시씨요.”

옥녀가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박서방과 또 하나의 가마꾼이 가마를 들어올렸다.

“불공얼 디린다는 핑게로 왔다가 사내 둘만 잡아묵고 가는구나. 흐이그. 징헌 놈의 팔자”

옥녀가 중얼거리다가 가마문을 들추고 박서방한테 물었다.

“어르신께서는 여전히 술타령이었제요.”

“아니구만요. 작은 마님께서 불공얼 들어오신 담에넌 술독근방에도 안 가셨구만요.”

박서방이 돌아보며 대답했다.

“아자씨가 거지꼴도 잘허시요. 쩍구먼 입맛이라고. 안 봐도 뻔허제요. 내가 없다는 핑게루 다 술에 계집에 얼씨구나. 살았을 것이구만요.”

“아니구만요. 큰 마님의 성화가 엄청 심해서요. 집 밖으로넌 한 짝도 안 나가셨구만요. 작은 마님의 말씸대로 보약만 잡수고 살았구만요.”

“참말이요.”

“지가 멋땜시 거지꼴얼 허겄소? 얼굴에 살이 겁나게 올랐구만요. 작은 마님도 보시면 지 말얼 믿을 것이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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