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39>뒷골서 나무 자르던 박처사가 죽었소
가루지기 <339>뒷골서 나무 자르던 박처사가 죽었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0.1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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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북망산이 멀다더니 <76>

그렇게 작정한 옥녀가 법당에 앉아 절을 하는둥 마는둥하고 있는데 해가 설핏 기울었을 때에 공양주보살이 찾으러 왔다.

"주지 시님이 부르시요."

"오셨소. 나넌 오널도 안 오실지 알았는디. 오시기넌 오셨는갑소이. 헌디. 먼 일로 그리 늦었답디까."

"시님의 일얼 내가 어찌 안다요. 먼 일인가넌 몰라도 온 몸에 흙철갑얼 해가꼬 오셨습디다."

'흙철갑얼해요. 먼 일이끄라우. 시님이 오시다가 쟁기질이라도 허셨는갑소이."

옥녀가 대꾸하며 요사채로 가자 막 옷을 갈아입은 주지 스님이 옥녀를 뚫어질듯 바라보았다. 스님도 사내라고 예사롭지 않은 눈.에 옥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더구나 지금까지 만난 어떤 사내보다 대물을 소유한 스님이 아닌가.

"왜 그리 보신대요. 이 년 얼굴에 된장이라도 묻었십니껴. 아니면 며칠 못 본 몫꺼정 한꺼번에 보실라고 그러신대요."

옥녀가 가슴을 여미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앉으씨요. 보살님."

주지 스님이 눈으로 방바닥을 가리켰다.

"별 일이요예. 아무리 시님이라고 해도 외간 여자럴 앉으라마라 허시고 그러시요이. 남녀칠세 부동석이라고 했는디."

옥녀가 쫑알대며 살풋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보살님. 혹시 뒷골에 안 갔었소."

주지 스님이 물었다.

"뒷골이요. 거그가 어딘디요."

뒷골이라면 나무패는 사내가 있는 곳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옥녀가 짐짓 의뭉을 떨었다.

"정녕 뒷골을 모르시오."

주지 스님이 눈에 서슬을 매달고 물었다. 순간 나무패는 사내한테 무슨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빠르게 옥녀의 뇌리를 스쳐갔다. 그렇지 않다면 들이당착에 주지 스님이 뒷골을 아느냐고 물을 까닭이 없었다.그럴 수록 시치미를 떼는 것이 상책이었다.

옥녀가 퍼르르 성질을 냈다.

"흐따. 참. 시님도 깝깝허시요이. 암자 바깥으로는 한 발짝도 안 나간 이 년이 뒷골은 어찌.알겄소. 흐기사.. 동네마다 앞골 뒷골이 없는 디는 없습디다만."

"부처님께 맹세코 뒷골에는 안 갔었다는 말씀이지요."

"아. 알아야 가던지 말던지 헐 것이 아니요. 헌디. 멋 땜시 그것언 묻는다요."

옥녀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물었다.

"보살님께서 뒷골에 안 가셨다니. 천행이기는 합니다만. 뒷골에서 나무를 자르던 박처사가 죽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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