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리’ 국가가 키워야 한다
‘우리의 소리’ 국가가 키워야 한다
  • 이인권
  • 승인 2012.10.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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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대중예술이 뜨고 있다. K-팝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대중예술이 세계의 유행 민감한 디지털 세대의 감흥을 자극하며 한국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급기야 우리나라 대중가수의 ‘말춤’이 3억 명이 넘는 세계 사람들이 유 튜브를 클릭하면서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분명 대중예술은 그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고 있어 어떤 발화점만 있으면 훨훨 타오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순수예술은 자력(自力)의 한계 때문에 그런 흥행의 순발력이 부족하여 공적 재원의 지원에 의지하게 된다. 그 국가 자원의 효율적 운영과 그에 따라 순수예술이 발전의 궤도를 잡아가도록 하는 것이 문화 정책이며 전략이다.

21세기 들어 문화가 고 부가가치의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우리의 것’을 콘텐츠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의 소리다. 일찍이 그 소리를 주제로 세계화의 야무진 꿈을 구현하겠다고 출발한 것이 바로 ‘전주세계소리축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소리라는 어려운 소재를 축제를 통해 세계와 교감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그 웅대한 비전의 현주소는 일단 객관적 판단의 몫으로 두도록 하자.

우리의 소리를 판소리의 고장 전북에서 할 뿐이지 그 의미와 상징성은 국가적 차원에 두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축제의 계량적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다 하여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다른 주요 대중성 축제에 비해 실질적인 정부 지원의 외곽에 머물러 왔다.

‘우리의 소리를 육성해야 한다’는 뜻있는 분들의 중앙정부에 대한 요구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담론에 그칠 따름이었다. 그러나 분명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북의, 아니 한국의, 아니 세계에 한국의 소리를 띄워 보내는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북에서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의 명분과 당위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지원의 핵심명분을 세 가지로 축약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을 지향하는 한국의 전통음악 축제다. 모든 축제가 ‘생활형 대중축제(lifestyle festival)'와 ’전략형 예술축제(art festival)'로 구분된다. 그런데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전략형 예술축제를 지금처럼 다른 일반 축제의 목전 성과와 견준다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하다. 분명히 대중 예술축제와 순수 예술축제는 목적이나 지향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국을 차치하고라도 호남권에서도 상대적으로 문화적 홀대에 감정이 쌓인 전북도민의 마음이 담긴 대표적인 축제다.

이웃 광주에는 무려 7,200억 원의 국비가 소요되는 ‘아시아문화의전당’이 건립되고 있는 데다 국가적 핵심 문화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콘텐츠진흥원이 광주 권역으로 이전하게 되어있다. 이는 국가의 문화적 상징성이 광주에 집중되는 의미이며, 상대적으로 전북은 문화적 낙후 예향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

셋째,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소리 중심 월드뮤직의 허브가 될 굉장한 디지털 문화 컨텐츠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예술 공연이나 이벤트 영역을 넘어 세계 음원(音源)의 중심축으로 육성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음원의 시대가 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인프라 환경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하이테크는 선진국도 따라 올 수가 없다. 따라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소리 월드 아카이브를 아우르는 진정한 소리콘텐츠 메가프로젝트(World Sori Master(WoSoMa) Initiative)라는 큰 비전으로 확대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단순한 축제의 의미를 넘어 21세기 문화콘텐츠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신수종 사업성까지 담보된 폭발력 있는 우리의 자원이 될 수 있다. 그 전략적 소리자원을 국가적 문화자산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우선 전술적 측면에서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춘 세계소리축제를 생활형 축제와 단순 비교하여 재단한다는 것은 상전벽해 같은 변화의 시대에 너무 단견적이다. 미래의 큰 시각에서 볼 때 그것은 전략적 국가 문화자원에 대한 소중한 기회 상실이다. 나아가 우리가 그토록 민족의 유산이라 자랑하는 소리를 그저 공연 하나, 이벤트 하나, 축제 하나로 영원히 고착시키는 시대적 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정부청사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지방화 시대의 원년을 맞고 있다. 이 때에야말로 우리의 소리를 담아내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중앙정부가 새로운 인식을 가져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소리를 사랑하는 전북도민의 절절한 바람이 더 이상 메아리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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