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통계, 학생과 교사의 자살률
우울한 통계, 학생과 교사의 자살률
  • 김정훈
  • 승인 2012.10.1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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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죽음인들 슬프지 않겠는가. 안타깝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죽음이 자신의 이성으로 판단한 최후의 선택 또는 내몰림이었다면, 산 자들은 그것에 특별하게 답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로 말미암아 말하고 싶었던 무엇 또는 진실 그리고 지우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까지도. 이 햇빛 찬란한 가을에, 노랗게 빨갛게 열매를 달거나 잎새를 물들이며 타오르는 생명들 앞에서 아름다움과는 사뭇 다른 다 못 산 생명들 이야기도 귀 기울여야 보아야 한다.

먼저, 11월 8일 발생한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23번째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 땅에 살아남기가 그리도 힘들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자살과 잇따른 죽음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방관’하는 사회인지 보여주는 너무도 아픈 현실 자체이다. 지난 9월 17에는 경기도의 한 교사가 죽음을 택했다. 비록 6명이 돈을 뺏는 가해를 하긴 했으나 그들에게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징계를 막지 못한 자책감이 너무 심했을 것이라고 한다. 왜 나는 이 두 모습이 한꺼번에 겹쳐서 아른거릴까? 그것은 모두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성이 보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국회 유은혜 의원실의 국감자료에는 우울한 통계가 실려 있다. 2008년에서 2011년까지의 자살학생이 초등 13명, 중등 202명, 고등 420명 등 모두 635명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2007년 자살 학생 490명보다 145명 늘어난 수치다. 올해에만 8월 현재까지 자살 학생이 88명이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자살 학생 159명이다. 여기에 더해 교사의 자살률도 증가세이다. 2010년 자살에 의한 교사 사망이 17명이었던데 비해 2011년에는 31명으로 급증했다. 2008년 9명이던 교사 자살이 2011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해온 것이다.

학생 청소년의 자살률의 증가는 교육체제가 매우 위험한 수위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더군다나 교사의 자살이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도 충격적인 결과이다. ‘왜 죽었대?’라는 호기심보다는 ‘무엇이 죽게 하였을까’라는 적극적인 질문이 있어야 한다. 학교는 시장논리로 움직이는 무한경쟁의 정글이 되고 있다. mb정권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이를 완성하고자 했다. 학생과 교사들의 자살률 증가, 그 우울한 통계의 근본 원인이다. 학교 밖 아이들이 증가하고 교사의 명예퇴직이 급증하는 이유이다. 이들을 시장화된 현 교육체제가 자꾸만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일찌감치 걸러내는 수단’으로 교육을 이용하는 자본과 정권의 탐욕이 무섭다. 일제고사부터 그 복잡한 다단계 대입까지의 평가가 그렇다. ‘너는 원래 안 되는 게 당연해’ ‘성적이건 뭐건 나는 원래 못났잖아’라는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길러주며, 저항수단을 상실한 자발적인 복종계층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교사는 방황할 것이다. 교육은 협력과 배려라는 것임을 몸으로 아는 대다수의 교사는 자괴감에 빠져있을 것이다. SAB, 교사를 등급 나누는 차등성과급 그 mb교육삽(SAB)질 앞에서 더욱 그럴 것이다. 학생과 마찬가지로 경쟁에 몰려 교원평가를 강요당하는 그 지점에서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라며. 여기에 더해 교과부는 교원감축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에 있는 교원법정기준도 삭제하겠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법정정원을 채우지 않고 위법행위를 하더니 아예 법을 왜곡하려고 한다. 이렇게 교육의 토대가 흔들리는 속에서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 일부의 극단적인 선택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살의 증가는 사회구조적 폭력의 반영이다. 때론 피해자로 때론 가해자로 역할을 바꾸기가 가능한 역할극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구조 안에서는 누구나 결국 피해자가 된다. 우리의 용기와 실천은 탐욕의 근성을 확장하기만 하는 자본과 권력의 핵심을 향해야 한다. 교육도 그 핵심을 바꿔야 한다. 입시경쟁교육폐지-대학평준화는 그 출발이 되어야 한다.

부디 올 수능이 끝난 후에는 꽃다운 목숨이 늦가을 영혼으로 떠도는 일이 없기를. 부디 우리들의 분노와 성찰이 대선 앞에서 교육을 바꾸는 불길로 일어서기를 바란다.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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