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 ‘아벨상’
수학계 노벨상 ‘아벨상’
  • 김인수
  • 승인 2012.10.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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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 수학자 세머레디(71, Endre Szemeredi)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2012년 아벨상의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아벨상은 수학자 아벨의 이름을 따서 노르웨이 왕실에서 해마다 매우 큰 업적을 남긴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600만 노르웨이 크로네(원화로 약 11억원)의 큰 상금이 있는 명예로운 상이며 2003년에 첫 번째 상이 수여되었다. 앞으로 2년 뒤에 서울에서 열릴 국제수학자대회(ICM-2014)에서 수여될 필즈상은 40세 이하의 수학자들만 받을 수 있지만, 아벨상은 노벨상처럼 나이 제한이 없다.

세머레디 교수의 전공 분야는 이산수학 혹은 조합수학이라 불리는데, 특히 극단 조합론(Extremal Combinatorics) 분야를 많이 연구하였다. 200여 편의 논문을 쓰고 아울러 일흔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연구에 매진하는 세머레디 교수의 연구결과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수학의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산수학의 문제들은 풀기는 매우 어렵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세머레디의 가장 잘 알려지고 중요한 업적은 등차수열에 관한 연구와 그 과정에서 파생되된 규칙성 보조정리라는 것에 관해 연구하였다.

세머레디는 본래 수학 연구자로서 직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의과대학을 1년 간 다니기도 하고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수학과로 진학했으며, 저명한 수학자 에르디시에 의해 그 재능이 발견됐다고 한다. 2010년 세머레디의 70세 생일을 기념해 동료 학자들이 낸 책에서 동료 학자들은 그를 탈 규칙의 정신을 지닌 수학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노벨상에 필적할 만한 상을 제정하고자 하는 수학계의 염원은 아벨상(Abel prize)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아벨상은 매년 수상자를 내고, 수상자의 연령 제한이 없으며, 상금은 노르웨이 크로나로 6백만, 미화로 계산하면 약 백만 달러이므로, 여러 면에서 노벨상과 동격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첫 수상자를 낸 아벨상은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헨릭 아벨(Niels Henrik Abel, 1802~1829)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여러 수학자 중 굳이 노르웨이 출신인 아벨의 이름을 넣은 것은 스웨덴 출신인 노벨과 발음이 유사하고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북유럽의 이웃 국가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벨의 수학적 업적 중 중요하게 손꼽히는 것은 불과 19세 때 5차 방정식의 일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수학자들은 1차 방정식에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2차, 3차, 4차 방정식으로 차수를 높여가면서 일반해를 찾았다. 이 때 3차 방정식의 해법은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이용하고, 또 4차 방정식의 해법은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이용하는 식으로 전개되었기에,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이용하면 5차 방정식의 해법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추측했다. 기라성 같은 수학자들이 5차방정식의 해법을 찾는데 도전했지만, 큰 장애에 부딪히게 되었다. 결국 5차방정식 문제는 약 3세기 동안 수학의 난제로 남아 있다가 결국 아벨에 의해 일반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벨은 5차방정식에 관한 논문을 당시 수학계의 최고 권위자였던 가우스에게 보냈으나 가우스는 논문을 읽어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결국 아벨은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한 채 27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아벨의 수학적 재치를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중학생 시절 아벨은 수학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마지막에 날짜를 60643.21219의 3제곱근 이라고 적었다.

60643.21219 의 3제곱근이란 이 수를 세 번 곱해서 60643.21219가 되는 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8의 3제곱근은 세 번 곱해서 8이 되는 수, 즉 2 이다. 계산기로 60643.21219의 3제곱근을 계산하면 약 1823.5908이 된다. 그러므로 편지를 작성한 해는 1823년이고, 소수점 아래의 0.5908을 계산하여 월일을 알아내야 한다. 365×0.5908=215.64이고 평년인 1823년에서 215일째 되는 날은 8월 3일이므로 215.64에 해당하는 날짜, 즉 편지를 적은 날짜는 8월 4일이 된다.

아벨상 선정위원회는 2003년에 최초로 장 피에르 세레에게 수여 했으며 2004년에는 마이클 아티아와 이사도르 싱거, 2005년에는 피터 락스, 2006년에는 시니비사 바라드한, 2008년에는 존 톰프슨과 자퀴 티트, 2009년에는 프랑스 수학자인 미가일 그로모프가 받게 되었으며, 2010년과 2011년에는 미국의 수학자인 존 테이터와 존 밀너가 수상했고 금년에는 항가리 수학자인 세머레디가 수상했다.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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